최근 대구 연극계에서 '제2의 전성기'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공연이 풍성해진 와중에 연극배우 기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연극도시 대구'의 위상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젊은 연극인들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대책 및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의 공연문화도시 표방 후 연극계에서는 극단과 소극장들이 많이 생겼고 공연 편수도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대구연극협회에 따르면 정회원 극단 수가 현재 15개이고 소극장만 11곳이나 된다. 최근 2년 사이에 극단 수가 4개나 늘었고 공연 편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얘기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과는 달리 공연을 이끄는 배우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대구 연극을 주도하고 있는 40대 배우들을 중심으로 최근 들어 서울로 잇따라 진출하거나 경주시립극단 단원으로 뽑히는 등 배우 유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배우 손성호 씨와 서영삼 씨가 서울로 본격 진출했고 조영석 씨가 경주시립극단에 입단하는 등 실력 있는 배우들이 대구를 떠나고 있다.
반면 젊은 배우들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 연극 관련 학과들이 상당수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졸업 후 서울 쪽이나 다른 분야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대구과학대 방송엔터테인먼트과 최주환 교수는 "졸업을 앞둔 학생 10여 명 가운데 지역에 남아 연기력을 키우겠다는 학생은 1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서울 진출이나 다른 학과 편입, 진로 변경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우 기근으로 인해 일부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과 연극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역의 한 극단 대표는 "배우가 부족해 베테랑 배우와 신인 배우가 앙상블이 되는 공연이 잘 이뤄지지 않고 배우 구하는 일부터 매우 힘이 든다"고 했다.
연극계에서는 젊은 연극인들을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마련 등을 주문하고 있다. 달성문화재단 김재만 정책실장은 "대구문화재단에 개인 또는 프로젝트 극단을 만들면 지원해주는 신진예술가 프로젝트가 있는데 취지는 좋으나 부족한 면이 있다. 이 제도를 좀 더 확대해 각 극단에서 몇 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하면 활동지원금을 지원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극단 차원에서 대학교와의 MOU 협약 등을 통해 실습이나 인턴 제도 등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극단 한울림 정철원 대표는 "현장에 있는 젊은 배우들이 마음 놓고 연극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절실하다"며 "대구에 공연아카데미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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