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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다오, 한방… 불황터널 휘몰아치는 복권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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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복권가게에서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복권가게에서 '인생역전'을 꿈꾸는 시민들이 줄서서 로또복권을 구입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리운전을 하는 박용수(51'가명) 씨는 두 달에 한 번꼴로 동대구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과 부산을 찾는다. 박 씨가 역에 내려서 곧장 향하는 곳은 '로또명당'으로 알려진 복권가게다.

박 씨는 "2년 전 대구 서구에 있는 로또가게에서 2등에 당첨된 뒤 전국의 복권가게를 찾고 있다"며 "우편으로 살 수도 있지만 직접 가서 사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 발품을 판다"고 말했다.

대박의 꿈을 향한 복권 열풍이 거세다. 복권을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올해 복권 판매액은 3조원을 넘어 설 전망이다. 복권 판매액의 95%를 차지하는 '로또'는 물론 최근 발행된 '연금복권'과 '스포츠토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복권 중독자의 삶

개인택시 기사 박형기(48'가명) 씨는 '로또 중독자'다. 3년 전부터 구입하기 시작한 로또복권이 어느새 삶의 일부가 돼버렸다. 중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박 씨는 "로또가 삶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좁은 차 안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도 손에 쥐는 건 8만원 남짓이에요.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순간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박 씨는 복권에 매주 5만 원을 투자하고 있다. 박 씨는 "한 달 꼬박 일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00만원이 채 안 돼요. 이래서는 아이 둘의 학원비도 감당이 안 됩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교육비가 많이 드는데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쩔 수 없이 '한탕'에 기댈 수밖에요."

지난해 직장을 그만둔 김준호(42'가명) 씨는 요즘 복권가게 방문이 일상이 됐다. 받은 퇴직금으로 조그마한 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실패했다. 김 씨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이러면 안 된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한 달에 복권을 사는데만 15만원을 쓰고 있어요. 한 번만 걸리면 그동안 잃었던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습관처럼 복권방에 갑니다. 요즘은 돼지꿈을 꾸기 위해 삼겹살집을 찾을 정도에요." 그는 "로또로 '인생역전'을 하겠다는 꿈을 못 버리겠다"고 말했다.

◆젊은층도 복권에 희망 걸어

복권에 투자하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돈을 걸고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스포츠토토'는 축구, 농구 등 국내'외 운동경기를 대상으로 경기 전 승부를 예측해 돈을 걸고 결과에 따라 환급금을 받는다.

대학생 이모(26'계명대 3년) 씨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유럽 축구리그 경기에 거의 빠짐없이 돈을 건다. 선수 이름과 팀 전력을 줄줄 꿰고 있는 이 씨에게 스포츠토토는 '가능성 있는 한 방'이다. 그는 "스포츠토토는 상대적으로 당첨 확률이 높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라며 "주말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중 생활비를 보태고 남는 돈을 대부분 투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졸업 후에도 취업이 안 돼 도서관을 찾는 선배들을 보면 안쓰럽다. 차라리 복권을 연구해 돈을 벌어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라고 했다.

올해 초부터 '로또계'를 시작했다는 정수현(32) 씨는 "한 주에 6만원씩 꼬박꼬박 로또복권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젊은 나이에 복권에 희망을 걸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월급만 모아서는 언제 집 사고 결혼하겠냐"며 "장밋빛 미래를 안겨줄 복권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복권 판매 장려하긴 했지만

복권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복권 중독자가 양산되면서 정부까지 나서 복권 발생을 한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있다. 복권, 경마 등 사행산업을 관장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최근 연말까지 복권 판매를 줄이거나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올해 11월까지 국내 복권 매출액은 2조7천948억원. 정부가 정한 연간 매출 총량인 2조8천46억원에 육박한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3조1천억원 정도의 복권이 팔릴 전망.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복권이 서민들의 '희망의 도구'가 돼버린 셈"이라며, "복권 판매량 증가에 따른 사회적 영향력을 논의할 때다. 계속 방치할 경우 더 큰 사회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대구지역 로또 판매액

2008년 1천73억9천만원

2009년 1천135억2천만원

2010년 1천155억4천700만원

2011년(12월 3일 현재) 1천218억5천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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