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쾌대의 자화상들과 인물 소품들, 그리고 100여 점에 가까운 드로잉이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그는 소묘에 탁월한 실력을 가진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많은 연필 스케치를 한자리에서 보기는 어렵다. 전시작들은 대개 누드 드로잉에서 골랐으나 드물게 풍경과 인물 장면이 섞여 있다. 그 중 이 예외적인 작품에 눈길이 간 것은 극화 같은 구성 때문이다.
종이에 펜과 잉크로 그린 이 그림은 어떤 구상의 전 단계에 제작된 스케치겠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연필묘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박진감이 있다. 아마도 머릿속 구상이 사라지기 전에 포착해 놓으려는 듯 재빠른 필치로 그려 다소 거친듯하면서도 분방한 손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말이 어딘지 위엄있어 보이고 신성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말은 사람보다 빠르고 힘세며 큰 짐승이지만 주인을 따르는 온순한 면이 신기하고 기특하다. 항상 늠름해 보이며 결코 비굴한 구석이 없어 보여 좋다. 그런 말을 그림 속에 담는 화가의 동기도 비슷했으리라. 중절모를 넘겨 쓴 남자가 뒤를 돌아보는 표정이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눈빛은 단호하고 예리해서 어떤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데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모습에서 더욱 극적이다. 이 손바닥만 한 작은 조각에서도 풍부한 감정과 이야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힘이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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