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 서진중 3년 장현령(15) 양은 특성화고(옛 전문계고)인 제일여자상업고 회계금융과 합격통보를 받았다.
반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우수한 장 양은 일반계고 대신 특성화고에 지원했다. 주변에서 '정말 일반계고에 안 갈 거냐' '성적이 아깝지 않느냐'는 반응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장 양은 "좋은 직장에 빨리 취업하고 싶다는 마음을 일찌감치 굳혔고 부모님도 찬성했다"며 "대학 진학은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 비일반계고에 지원하는 우수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금융권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고졸 채용 바람이 불고 있는데다 고학력 실업 현상이 지속되면서 '명분'보다는 '실속'을 좇아 특성화고에 지원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18개 특성화고의 2012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은 0.99대 1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학교 평균 내신성적이 30% 이내인 상위권 학생은 지난해(89명 지원)에 비해 35%포인트 늘어난 120명으로 나타났다. 중위권(31~70% 이내) 학생들은 지난해(1천122명)보다 20%p 늘어난 1천314명이 지원하는 등 전년에 비해 성적 우수자의 지원이 늘었다.
특히 올해 특성화고 평균 경쟁률은 1대1에 못 미쳤지만 불합격자가 332명이나 나왔다. 이들은 12일부터 모집하는 일반계고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학남중 김보경 교사는 "우리 반에서만 상위권 학생 3명이 특성화고에 합격했다"며 "학생, 학부모들과 상담을 해보면 공부를 못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특성화고에 간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특히 인기 과를 중심으로 특성화고 신입생의 평균 내신성적이 높아지는 추세다. 경북기계공고의 경우 마이스터고로 전환한 지난해 메카트로닉스 계열 평균 중학교 내신 성적이 39.3%이내였지만 2012학년도에는 37.2% 이내로 높아졌다.
제일여상 회계금융과는 2008학년도 36.8% 이내에서 2012학년도에는 26.5%까지 올라갔다. 대구공고도 2008년 전자기계과 신입생 평균 내신성적은 56.7%에서 2012학년도엔 52.4%를 기록했다. 서부공고 전자기계과는 2008년 84.17%에서 2012학년도에 81.76%로 높아졌다.(그래프 참조)
제일여상 석종륜 교장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고 좋은 직장을 잡기는 더욱 힘든 사회여건 때문에 특성화고에 우수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기형적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도 우수 학생들의 특성화고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욱 과학인재육성과 장학관은 "고졸자가 4년간 성실히 근무할 경우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임금을 주는 식으로 임금, 승진 등에서 차별 대우를 없애나간다면 특성화고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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