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닫힌 지갑, 연말에도 안열리네…백화점 매출 급감

대형마트도 감소세 뚜렷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져 백화점에는 송년세일 기간인데도 썰렁한 모습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져 백화점에는 송년세일 기간인데도 썰렁한 모습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시내 한 백화점.

송년 세일 기간이고 주말 저녁이지만 백화점 매장은 한산했다. 매장 안팎마다 세일을 알리는 문구들이 붙어있지만 가전이나 명품매장은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나마 손님이 모이는 곳은 지하 식품매장 정도. 이곳에서 만난 이진희(35'여) 씨는 "꼭 물건을 사겠다는 것보다는 친구와 약속 시간이 남아서 백화점에 들렀다"며 "세일 마지막 날이라 이것저것 보고는 있는데 당장 필요한 저녁장만 봐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돈 씀씀이가 가장 큰 12월에 접어들었지만 백화점이나 유통업체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유흥업소 등을 찾는 발길도 전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실제 올해 대구 지역 백화점의 매출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대구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상반기 매출신장률은 각각 11.1%, 15.2%였지만 11월까지의 하반기 매출신장률은 1.1%, 1.3%로 크게 하락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연말은 유통업계의 대목이지만 올해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며 "최장기간의 송년세일 실적도 매출신장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생필품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의 매출신장률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가전, 패션, 아웃도어, 스포츠 웨어 등의 매출은 마이너스 매출신장률을 보여 경기악화로 인한 소비감소 경향이 두드러졌다.

대구 지역 이마트의 11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과 대비해 2% 상승했다. 패션의 경우 -21%로 2011년 들어 꾸준히 마이너스 신장률을 보였다. 10월까지 매달 1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던 아웃도어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생필품에 대한 소비도 최대한 줄이려는 소비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12월 들어 단순 매출이 상승하고 있지만 과일, 수산물, 가공식품 등의 가격인상에 의한 영향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을 맞았지만 유흥업소들도 찬바람이 돌기는 마찬가지다.

수성구 유흥업소들은 '지난해 연말에 비해 예약 손님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단체 손님이나 회사 회식 예약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가 줄어든 연말 분위기는 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위축된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4%가 넘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가계 부채 또한 89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동기보다 45조원이 늘어났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로 내년 경제 성장률이 3%대에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유럽발 재정 위기가 불거진 10월 이후 매출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불안 심리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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