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꼼수의 정치'가 판치는 세상

한나라당 김성식, 정태근 의원이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상득, 홍정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은 쇄신파의 탈당은 한나라당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진통 끝에 친노 세력 및 한국노총 등이 결합한 시민통합당과의 통합을 결의한 민주당의 변신도 정치권의 이합집산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권 빅뱅'이 본격화되고 있다. 몇 달 후 우리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여야 정당 대신 참신하고 새로운 정당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정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혹은 홍준표, 원희룡이거나 손학규, 박지원, 한명숙, 이해찬, 문성근일지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정치권이 혁신과 개혁을 내세우고 기존 정당의 틀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더라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혹은 그들이 정치권의 대표 주자로 재등장하게 되는 것은 '꼼수'에 따른 것이라는 꼼수론이 나돌고 있다.

요즘 2040 세대 사이에서는 '나는 꼼수다'라는 아이튠즈의 팟캐스트방송이 폭발적으로 먹혀들고 있다. '나꼼수'는 시중에 나돌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그저 술집에서 친구들끼리 잡담 나누듯 '허접'하게 다루면서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유언비어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꼼수란 용어는 사실 '정수'(正手)의 반대말이자 음모론의 다른 표현이다. 모든 사회적 현상을 정치적 음모론으로 몰아대는 것이 꼼수의 속성이다. 이를테면 논란이 인 연예인 A양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확산된 사건도 나꼼수의 시각에서는 디도스 공격 수사를 희석시키려는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식이다.

그런 식이라면 정치권의 변신 노력도 치졸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당을 해체하고 당명을 바꾸고 당 대표를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DNA를 바꿀 수 없는 한 한나라당의 후신일 뿐이다. 민주당의 변신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두 의원의 '의거'도 꼼수에 불과할 것이다. 정태근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이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대통령이 당선된 덕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더 이상 낡은 구조를 온존시키는 데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쇄신파를 대표하던 김성식 의원도 "지금 국민의 명령은 한나라당을 근본적으로 혁명하라고 하는 것인데 당이 주저주저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들이 탈당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탈당에 앞선 친이계의 친위 쿠데타라는 것이 꼼수의 시각이다. 그들의 탈당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총선 불출마가 덧붙여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꼼수의 정치'가 판을 치는 것은 정치권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언젠가는 꼼수 대신 원칙과 정수의 정치가 다시 정치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꼼수가 대세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더라도 그것 역시 꼼수로 치부될 것이고 민주당이 한명숙 전 총리와 문성근 씨 등을 당 대표로 내세우게 되더라도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꼼수가 횡행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의 현재 상황이다.

사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핑계 삼아 시장직을 내던진 것도 차기 대권주자로 자신을 재포장하려는 꼼수의 일환이었고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비서가 선관위를 디도스 공격하도록 한 것도 한나라당이나 정치권의 공작이었다는 음모론은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그런 음모론이 꼼수 정치의 자양분을 공급해 오고 있고 앞으로도 정치권은 그런 꼼수 정치 풍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12일 환경재단이 선정한 2011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도 본상을 수상했다. 조롱과 독설과 음모론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진원지를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로 선정한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대한 지독한 조롱이자 패러독스가 아닐 수 없다.

서명수/서울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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