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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확정뒤 원·피고 뒤바뀐 판결문 논란

판결 확정뒤 원·피고 뒤바뀐 판결문 논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산분할을 명하는 판결 주문에 원·피고가 잘못 표기됐다며 법원이 판결문을 고쳐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 단순 오타가 나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고쳤다는 입장이지만, 바뀐 판결문에 따라 불이익을 보게 된 당사자는 "판결문만 믿고 항소조차 하지 않아 불복 기회마저 잃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5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 가사단독 김모 판사는 지난 9월말 아내 A(31)씨와 남편 B(33)씨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B씨는 A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고 A, B씨 공동명의 아파트의 지분 절반을 A씨에게 소유권 이전등기하라"고 주문을 쓴 판결문을 당사자들에게 송달했다.

아파트는 관악구 봉천동 소재 시가 4억1천만원 상당으로 이 주문대로라면 아내에게 훨씬 많은 재산이 돌아가는 셈이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A, B씨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남편이 항소하지 않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재산분할 소송은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아내는 판결문을 토대로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고자 집행절차를 밟으려 했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B씨가 판결 주문의 원·피고 표시가 잘못됐다며 재판부에 판결문 경정신청을 냈다.

판결문의 이유 부분에는 주문과는 거꾸로 "A씨가 B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고 아파트 지분 절반을 B씨에게 넘겨주라"고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남편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다.

통상 판결문은 결과를 기재한 주문이 맨 앞장에 있고, 판결 이유를 기재하는 부분은 후반부에 있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 이유 부분의 기재가 맞고 주문 표기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판결 이유까지는 제대로 썼고 주문에서만 원고와 피고를 잘못 표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했고,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해 A씨 측이 즉시항고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 이유를 보면 B씨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갖도록 판단한 것이 분명한 반면 주문 표기는 단순 오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 측은 "주문이 이유와 다소 다르게 표시돼 있었지만, 당연히 주문을 기준으로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생각해 항소조차 하지 않았는데 경정절차를 통해 결과가 뒤바뀌어 황당하다"고 밝혔다.

A씨를 대리한 노영희 변호사는 "재판 중 B씨 측에 유리한 화해권고가 있었지만 성립되지 않았고, A씨 측 입장을 담은 참고 서면을 제출한 이후 판결이 나와 주문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며 "계산이나 단위의 오타 정정 정도만 가능한 판결문 경정절차를 통해 실질적으로 판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정법원 관계자는 "판결 이유에 A, B씨의 재산상황, 재산분할 비율, 아파트 소유 경위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판결문을 전체적으로 보면 주문의 원고와 피고 표기가 오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며 "판결문 경정 절차로 고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어 "주문이 실수로 잘못 적혔다는 이유로 A씨에게 기대 이상의 이익을 주고 B씨에게 불이익을 줄 순 없다"며 "판결문이 경정됐을 때에는 항소를 추후 보완하는 방법(추완항소)도 있으므로 A씨의 항소기회가 박탈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가정법원 관계자는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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