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습격하고 있다. 최근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잦아지면서 전국이 멧돼지 공포에 떨고 있다. 맹수가 없는 우리나라에 멧돼지가 먹이사슬의 최고 높은 위치를 점령하고 있다. 뚜렷한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농작물 피해는 물론 묘지까지 마구 파헤치고 있다. 최근엔 도심까지 진출해 농작물뿐 아니라 사람의 안전까지 크게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환경부도 '멧돼지와의 한바탕 전쟁'을 선언했다.
◆멧돼지 피해 현장
이달 12일 오후 1시쯤 구미 금오산 저수지에 멧돼지 한 마리가 추락했다. 금오산 자락인 남통동 남화사 뒷산에서 사냥개와 싸움을 벌이던 멧돼지가 사냥개와 함께 저수지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앞서 구미시는 멧돼지 피해가 극심해지자 12일부터 14일까지 금오산 자락 인근 야산을 대상으로 유해동물 포획을 허가했다.
멧돼지 피해 현장을 찾아갔다. 14일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권오웅 지부장과 최규섭 구미지회장, 최광휴 사무국장, 정국현 이사 등 프로사냥꾼 4명과 함께 피해현장 동행 취재에 나섰다. 금오산 기슭 남통동 남화사 인근 산에 도착하자 멧돼지 전문 사냥개 '미찌'(4세)와 '백구'(1세)가 킁킁 냄새를 맡으며 날뛴다. 목줄을 풀어주자 산속으로 달려간다. 민가에서 불과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묘 봉분이 뭉개져 흔적조차 없다. 주변도 마구 파헤쳐져 폐허를 방불케 했다. 인근 묘지도 봉분을 재정비했다. 야생동식물보호협회 최규섭(52) 구미지회장은 "이곳은 민가에서 채 50m 정도 떨어진 곳인데도 멧돼지들이 나타나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국현(57) 이사는 "요즘 금오산에는 멧돼지 일가족이 떼로 몰려다니고 있어 등산객을 위협하고 있지만, 도립공원 지역이라 포획 허가가 나지 않아 개체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부터 인근 김천시 지역에 수렵장 승인이 나면서 멧돼지들이 모두 금오산으로 몰려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멧돼지, 사람까지 위협
멧돼지의 도심 출현은 전국적으로 2008년 197건, 2009년 308건, 지난해 384건으로 증가하면서 도심 출현 빈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인명'재산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멧돼지의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멧돼지의 도심 출현은 때를 가리지 않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고속도로에도 출몰하고 심지어 바다를 건너 섬지역까지도 진출한다. 멧돼지의 출현은 7~11월(여름과 가을)에 잦다. 하지만 요즘은 겨울철에도 멧돼지들의 도심 출현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미 시기를 맞아 세력에 밀려 쫓겨난 어린 수컷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대구 도심에도 멧돼지 출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팔달동 팔달중학교에 한 마리가 나타나 사살됐다. 같은 달 23일 대구 북구 국우동 옻골동산에 일곱 마리(어미 1'새끼 6)가 나타나 네 마리가 사살되고, 한 마리는 차량에 치여 숨졌다. 두 마리는 도주했다. 앞서 11일에도 달성군 옥포면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 멧돼지는 붙잡혀 안락사됐다. 10월 14일에는 대구 남구 봉덕동에 세 마리가 나타났다. 한 마리는 사살되고 한 마리는 차량에 치여 숨졌다. 한 마리는 산으로 도망갔다. 대구시 황종길 환경정책과장은 "환경부 등과 협조해 멧돼지 서식 밀도의 정기적인 (2년마다) 조사와 유해 야생동물 포획허가를 확대(3마리→6마리)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농작물 피해가 잦은 지역은 전기 울타리 등 피해 예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멧돼지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멧돼지 수는 25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정확한 근거는 없다. 정확하게 파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
멧돼지는 교미 기간인 11~12월과 포유기인 4~5월에는 성질이 더 난폭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가족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므로 꼭 '상황별 대처요령'을 익혀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멧돼지 발견 시에는 멧돼지를 쫓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갑자기 움직여 멧돼지를 흥분시키지 말아야 한다. 신속하게 주위의 건물, 바위, 나무 등에 몸을 숨기고 112'119'128 또는 시'구'군 환경부서에 신고해야 한다.
◆상황별 대처요령
▷등산객=등을 보이며 달아나지 말고, 주위의 나무나 바위 등의 은폐물에 신속히 피할 것.
▷농민=발견 시 멧돼지를 쫓기 위해 소리치지 말고, 112'119에 신속히 신고할 것.
▷운전자=야생동물 출현 안내판, 내비게이션 '로드킬 안내' 등에 유의하여 운전할 것.
▷보행자=갑자기 움직여 멧돼지를 흥분시키지 말고, 112'119에 신속히 신고할 것.이홍섭기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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