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7년 오늘, 에콰도르의 키토에서 태어난 마누엘라 사엔스는 20세 때 아버지에 의해 자신보다 두 배나 나이가 많은 영국 상인과 결혼했다. 페루의 리마에 있던 사엔스 부부의 집은 각계 인사들이 모이는 장소였으며 사엔스는 이곳에서 부인과 사별한 남미 독립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를 만났다.
남미 독립의 대의에 공감한 사엔스는 3년 뒤 남편을 떠나 14세 연상의 볼리바르와 재회, 사랑에 빠졌다. 독립 투쟁의 동지이기도 했던 그녀는 페루인들을 볼리바르 편으로 만들려고 했는가 하면 1828년에는 암살 위기에 빠진 볼리바르를 구하기도 했다. 2년 뒤 47세의 볼리바르가 결핵으로 숨지자 슬픔 끝에 따라 죽으려다 실패했다. 이후 페루의 작은 항구도시 파이타에서 선원들에게 담배를 팔거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는 등 곤궁한 삶을 살았다. 그녀는 1856년, 디프테리아에 걸려 60세의 나이로 숨졌다.
생전에 불륜을 저지른 여인으로 비난받기도 했으나 볼리바르와 함께한 8년 동안 영혼까지 함께 했다. 독립투사로서의 그녀의 삶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재조명되기 시작했고 그녀의 묘는 볼리바르 사후 180년 만인 지난해 7월, 그의 무덤 옆으로 옮겨졌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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