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교 없는 유교문화행사, 예산 지원 중단하라

경북 북부 9개 시'군의 예산 지원을 받아 열리고 있는 유교문화행사가 지역 주민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유교문화 대중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애초 취지가 무색하게 상당수 행사가 유교문화와 동떨어져 있는데다 시'군의 지원 예산이 목적에 맞게 집행됐는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유교문화 관련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단체는 (재)세계유교문화재단(이전에는 '세계유교문화축전조직위원회', 이하 조직위)으로, 지난해 안동MBC가 유교문화의 대중화와 산업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이후 이 단체는 북부지역 9개 시'군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각종 유교문화 관련 행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상당수가 유교문화와는 상관없는 것인데다 일부 행사는 지나친 상업성으로 많은 뒷말을 낳았다. 제과업체 할인 행사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제1회 한국과자축제'가 그런 예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가 어려운 재정 형편을 무릅쓰고 지원해 준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단이 9개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안동 19억 원 등 모두 50억 6천만 원에 이른다. 재단은 영수증을 포함한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함에도 행사별 집행 금액만 두루뭉술하게 적어놓은 '세계유교문화축전조직위 총회 평가서'라는 책자만 달랑 내놓은 채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지원예산이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교문화와도 상관없고 지원금의 집행도 불투명하다면 이런 행사를 구태여 많은 돈을 들여가며 열 필요가 없다. 유교문화 관련 공익적 행사를 시'군이 주관해 개최하지 않고 사기업에 맡기는 것 자체부터 문제다. 관련 시'군은 재단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지원을 중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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