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20일 친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A(13) 군이 남긴 유서에 기록된 가해학생의 폭행 및 협박, 갈취 등이 모두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배봉길 대구 수성경찰서장은 29일 종합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가해학생들이 A군에 대한 물고문을 사전에 모의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대부분의 가혹 행위가 실제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서 내용 모두 사실"
=경찰은 유서에 집중적으로 기재된 자살 하루 전(19일)에 가해학생의 폭행 및 협박 행위 등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고 했다. 경찰은 "가해학생 2명은 A군을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뒤 폭행을 했고, 라디오를 들고 무릎을 끓게 해서 벌을 세웠다. 또 칼로 몸을 그으려고 했고, 라이터로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으며 책을 찢고 빼앗았다"고 했다. "라디오 전기선을 A군의 목에 묶은 것과 관련해 2명의 가해학생이 서로 상대편의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한 부분은 주동자인 B군이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가해학생들은 A군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라면, 과자 등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점퍼 1점, 책 3점 등 총 82만3천원어치를 갈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증거물로 라디오, 점퍼, 라이터, 단소, 칼 등을 공개했다. 경찰은 "A 군 통장에서 6회에 걸쳐 61만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상습 폭행도 인정됐다. 경찰은 "가해학생이 9월 중순부터 자살 하루 전인 이달 19일까지 A군 집에서 단소와 권투 글러브 등을 이용해 33차례에 걸쳐 A군의 엉덩이 등 전신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물고문도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물고문 여부에 대해 가해학생의 주장이 달랐지만 두 학생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결과 이달 16일 서로 'ㅋㅋ 잘 됐네 물에 계속 처넣자' 'ㅋㅋ 이번에 니도 도와 라' 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두 학생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보아 공동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냈다"고 했다.
가해학생이 A군을 문자메시지로 협박한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A군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결과 9월 12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가해학생으로부터 받은 230여 차례의 문자메시지 중 174차례의 문자가 협박하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가해학생들이 온라인 게임과 숙제까지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3월 1일부터 12월 3일까지 총 856차례 걸쳐 A군의 접속 기록을 확인했고, 이 중 4월 24일부터 12월 2일까지 총 162차례에 걸쳐 A군 아파트에서 접속했다고 밝혔다. 10월 중순부터 5차례에 결쳐 영어숙제(일명 '빡지')를 대신 하도록 강요했다.
A 군 아파트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3월부터 A군 집에 출입하기 시작했고, 10월 18일부터 12월 19일까지 최근 두달간 총 30차례 출입했다고 했다.
◆추가 가담자
=경찰은 추가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1명은 A군의 뺨을 때렸고, 현금 3천원 및 라면을 갈취하는 등 총 7차례에 걸쳐 폭행, 갈취, 강요 등을 했다고 밝혔다. 또 CCTV 분석 결과 A군의 집에 드나든 학생은 이들 외에 3명이 더 있었지만 이들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군의 컴퓨터 복원, 해당 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A군 반 학생 및 학부모를 상대로 탐문조사 등을 벌였지만 그 외의 다른 폭력은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가해학생 등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유포한 네티즌 8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신병 처리
=경찰은 가해학생 2명에 대해 상습상해, 상습공갈, 상습강요, 상습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추가로 폭행 사실이 드러난 1명은 상대적으로 혐의가 미미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가해학생이 어리지만 범행 기간이 길고,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고, 일부 행위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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