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많이 행복합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 넷을 모두 훌륭하게 잘 키웠다. 그러다 6년 전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과 공소증후군(빈둥지 증후군'중년의 가정주부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는 심리적 현상). 6개월 동안 세상과 단절하고 끙끙 앓았다.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아픔은 컸지만 공소증후군에서 깨어보니 새로운 나를 찾고 있었다.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바로 나, 인간 남경순이었다. 그리고 남경순(54)이 적성에 맞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헤맸다. 여러 가지 일들에 도전하다 적성에 딱 맞는 일이 찾아왔다. 한복산업기사다.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한 그는 2010년 10월 어렵다는 한복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30여 년 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한 감각을 되살려 각종 한복작품에 응용했고, 1년 만에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쾌거도 이뤄냈다. 2011년 5월 한국전통문화 자연염색 전국 공모전 특선, 10월 전국 탈춤의상 창작 공모전 우수상, 제12회 대한민국 전통의상 공모대제전 창작 부문 최우수상, 제6회 대한민국 한복'침선 문화상품 공모대전 장려상 등의 상을 휩쓸었다. 상금도 나름 두둑하게(?) 챙겼다. 상금 중 일부는 남편 용돈이 됐다. 이로 인해 남경순이라는 존재는 더욱 선명해졌다. 대한민국에서 재능 있는 한복산업기사 남경순이라는 인물이 알을 깨고 세상에 신고식을 멋지게 한 것이다. 남편도 자신의 아내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인 남경순의 대변신에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대한민국 전통의상 창작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안겨준 남 씨의 한복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이채로웠다. 전국 각 지역의 각종 탈을 옷에 부착하고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천으로 마름모 모양으로 서로 엮은 뒤, 옷 아래로 요란한 소리가 나는 여러 개의 방울을 달았다.
안동대 대학원에서 의류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우리 고유의 옷인 한복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입는 배내옷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지 새삼 알게 됐다"며 "태어날 아기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한땀한땀 정성으로 만드는 '사랑의 증표'인 배내옷 만들기가 대구의 신세대 주부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경순은 스스로 배내옷 만들기 전도사를 자처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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