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문화재 약탈자, 드농

파리에 가면 세계 최고의 박물관인 루브르는 필수 코스다. 주 전시관은 ㄷ자 형태로 이뤄져 있는데 북쪽 전시관은 '드농관'이라 불린다. 초대 박물관장인 도미니크 비방 드농(1747~1825)의 공적을 기려 붙인 이름이다. 그는 유례가 없는 악랄한 문화재 약탈자였는데도 오늘날에도 그 이름이 버젓이 붙어 있다는 게 우습다.

1747년 오늘,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태어났다. 젊을 때 법학을 전공했으나 진로를 바꿔 연극과 문학, 회화를 공부했다. 외교관 생활을 거쳐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동행했다. 터키군의 포화 속에서 이집트 고대 유적을 스케치하고 유물을 선별하고 반출하는 작업을 맡았다.

1804년부터 루브르의 전신인 나폴레옹박물관 관장을 맡은 이후 11년간 재직하면서 문화재 약탈에 열을 올렸다.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러시아 원정에 나서면 동행해 어떤 예술품을 약탈해야 할지 조언했다. 루브르의 컬렉션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그의 노력 덕분이다. 프랑스가 1866년 강화도에서 외규장각 문서를 약탈한 것도 전혀 우연이 아니다. 고질적인 문화재 약탈 전통 때문이다.

박병선/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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