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튀' 자원개발주…개미들만 웁니다

허위정보 많고 횡령사건 속출…현지 사정 모르는 투자자만 피해

정치테마주에 이어 자원개발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자원개발주의 행적을 종합해본 결과 시쳇말로 '먹튀'의 대표격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로 일축되는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으로 자원개발주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가 작전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면서다.

2006년부터 불기 시작한 자원개발 열풍은 허위 정보에 놀아난 경우가 상당수였다. '먹튀' 자원개발주가 속출했고 횡령사건 등으로 인한 상장폐지도 잇따랐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 6월 말까지 자원개발 공시기업은 28개사. 이 중 18개사는 현재 상장폐지됐다. 64.3%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15개사에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로챈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 자원개발 공시 전후로 대표이사가 바뀐 기업도 12곳, 최대주주가 변경된 곳도 11곳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만 핸디소프트, 맥스브로, 에코솔루션, 글로웍스, 케이에스알, 엘앤피아너스 등 6개사가 증시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폐지 기업은 56개였다.

최근 CNK인터내셔널과 관련해서도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2010년 말 외교부가 "CNK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획득했고, 매장량이 최소 4억2천만 캐럿"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자마자 의혹의 눈길부터 던진 게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간부는 "당시에도 CNK인터내셔널을 순수 자원개발 업체로 보진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커넥션(연결 고리)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이미 CNK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때부터 지적을 받았고 금융당국도 지난해 3월부터 조사에 착수해 약 10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의 장난에 피해를 보는 건 개인 투자자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NK인터내셔널의 2010년 기준 소액주주는 1만3천277명이며 보유주식 수는 전체의 72%에 해당하는 3천827만9천695주에 이른다.

하지만 단순 투자자들은 현지 사정이 어떤지 알 방법이 없다. 자원개발주 상당수가 해외에서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대외에 알리는데다 조회 공시 등 각종 의무를 피하기 위해 주로 현지에서 설립한 회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원개발주 중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낸 기업도 있다. 대우인터내셔날, 현대종합상사, SK네트웍스, 현대상사, LG상사, 한국가스공사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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