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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타이어의 못을 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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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그것은 너나 나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복효근

일상의 사소한 경험을 빛나게 들려주는 복효근 시인의 맛깔 나는 시입니다. 못을 통해 마음의 상처라는 게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네요. 빼는 순간 타이어를 주저앉히는 못처럼 우리가 영원히 안고가야 할 죄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은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가끔씩 상처가 팽팽한 생의 바람이 빠지지 않도록 막기도 하니까요. 또한 고백이 자신의 죄를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영리한 방법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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