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미래의 일자리

"당신은 하루 여덟 시간 먹을 수도 하루 여덟 시간 술을 마실 수도 여덟 시간 동침할 수도 없다. 당신이 여덟 시간 내내 할 수 있는 것은 일뿐이다. 그것이 사람이 자신과 모든 다른 사람들을 그리도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다." 포크너(William Faulkner)가 반 세기 전에 한 이 말은 지금도 자주 인용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한다. 천직이든 임시직이든, 즐겁든 그저 고되든, 일은 우리를 게으름과 지루함과 평범함으로부터 해방시켜 보다 나은 존재로 만든다. 일하지 않으면, 우리는 비참해진다. 당장 굶주리지 않아도, 실제로는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일자리가 없으면, 우리는 밝은 마음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의 모습보다 우리 마음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일도 드물다. 걱정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들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그렇게 만든다.

세계화는 무역과 이민을 늘렸고 인류는 큰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앞선 사회들은 일자리들이 많이 줄어들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았다. 임금이 싸고 노동조합의 힘이 작은 나라들로 기업들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많이 사라진 것은 제조업의 비숙련 일자리들이었다.

기술이 발전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면, 일자리는 줄어드는 경향을 지녔다. 근년에 빠르게 발전한 정보기술(IT)은 사람들의 판단을 컴퓨터의 판단으로 점점 많이 대치한다. 그래서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판단을 내리는 기능을 지녔던 관리직 일자리들이 빠르게 사라진다. 비교적 안전한 일자리들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치하기 어렵거나 해외 기업들에 외주하기 어려운 일자리들이다. 자연히, 우리 사회에서도 중간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지고 아주 좋은 일자리들과 시원치 않은 일자리들이 남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는 청소년들이 좋은 일자리들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들이 경기에 매였으므로, 대책다운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좋은 교육으로 어느 정도 사정을 낫게 만들 수 있다.

가장 긴요한 지식은 영어다. 중요한 정보들은 모두 영어로 저장되었으므로, 영어에 능숙하지 못하면,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영어를 배워야 할 근본적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은 부차적 중요성을 지닌다.

다음, 수학에 능숙하지 못하면, 종사할 수 있는 분야들이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들도 한계가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수학의 중요성을 크게 높였다. 엄청나게 쌓이는 정보들로부터 추세들을 읽어내고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는 '자료 채굴'(data mining)은 갑자기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영어를 잘하려면, 되도록 일찍 영어를 배워야 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언어를 배워서 그 언어가 뇌에 새겨진 모국어가 된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로선 어릴 적에 모국어인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는 것이 최선이다. 사람은 모두 언어 능력이 뛰어나서, 언어 둘을 함께 배우는 일은 어렵지 않고 부작용도 전혀 없다. 오히려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

수학을 배우는 데 큰 장애는 수학이 어렵다는 선입견이다. 불친절한 우리 수학 교과서들은 이런 선입견을 강화한다. 수학을 재미있고 친절하게 가르치는 책들은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수학자 가드너(Martin Gardner)는 청소년들에게 수학을 재미있게 설명한 책들로 이름이 높다. 그렇게 수학에 재미를 느끼면, 수학사를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학문이 어떤 문제들을 다루면서 발전해 왔는가 아는 것은 그 학문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이어 수학철학을 공부한다면, 수학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높일 것이다. 수학철학은 철학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하지만, 수학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들도 있다. 우리 교육이 입학시험을 겨냥하므로, 학교나 학원에서 수학사나 수학철학을 가르칠 수는 없고 부모들이 챙길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사회는 원숙해져서, 중간 일자리들이 줄어들어 일자리 양극화도 점점 두드러진다. 아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지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앞날에 대비하는 방안들 가운데 핵심이다.

복거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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