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누리당, MB와 결별 수순 다시 밟나…현정부와 차별화 제기

친이명박계인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한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는 국면으로 발전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명박 털어내기' 시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6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에도 이런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여권의 이 같은 시도는 한편으로는 전열 정비를 뜻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균열을 뜻하는 것이어서 여권 전체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조항을 삽입하고 선진화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내용상으로 기존 체제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 또 15년간 써 온 한나라당 간판을 내림으로써 박근혜당으로의 새 출발도 알렸다. 사실상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MB정부와의 차별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계는 10일 현재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천심사 과정에서 구(舊)체제로 대변되는 친이를 배제하지 않고는 쇄신 노력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자신들을 대대적으로 솎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에는 친이계가 단 한 사람도 없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간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은 공개적으로 'MB정부 실세 용퇴론'을 수차례 제기해 왔다. 여기에는 현 정부 개국공신과 함께 당과 청와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사들까지 다 포함된다.

일각에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9일 지역 언론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MB정부 인사 공천에 대해 "공천위가 추구하는 최고의 공천 테마는 철저히 국민의 뜻과 눈높이에 따르는 공천을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이런 기류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원론적 언급이라지만 일부 비대위 인사들이 그동안 'MB정부 실세 용퇴가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뭔가 다른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에선 친이계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현 정부와의 인위적 단절 시도가 자칫 여권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총선과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의 새누리당 변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새누리당의 공천갈등이 초래할 후유증은 예상외로 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다 대통령 탈당 등 당청 결별을 주장하는 일각의 목소리도 여권 분열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일부 인사들은 돈봉투 파문을 계기로 차제에 분명한 선을 긋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당이 어렵다 보니 이런저런 목소리가 마구잡이로 나오는 것 같다"면서 "향후의 상황을 단언하기는 어렵고 일단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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