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근
머리에 밥 쟁반을 이고 가는 여자
손으로 잡지도 않았는데
삼층으로 쌓은 쟁반이
머리에 붙은 것 같다
목은 떨어져도
쟁반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균형이 아닌 결합이 되어 버린 여자
하늘 아래 머리 조아릴 바닥이 있다면
바로 저 여자의 머리
머리를 바닥으로 만든 머리
바닥에 내려놓고 파는 물건이
대부분인 시장통을
그녀가 간다
채소 가게 앞에 다다르자
주인 내외가 다가와
쟁반 하나를 내려 놓는다
바닥을 모시는 자들의 단합이랄까
그녀의 바닥에서 그들의 바닥으로
따끈한 밥 쟁반이 옮겨 간다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여 담담한 어조로 들려주는 이장근 시인의 시입니다.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군요. 이 시인은 시장통에서 쟁반을 삼층으로 이고 가는 아주머니를 외경의 눈으로 보고 있네요.
쟁반의 바닥을 머리 위에 올려놓았으니 그녀는 바닥을 모시는 자입니다. 정치 시절이 되면 정치가들은 바닥을 모신다고 시장통을 찾아 바닥만큼 제 머리를 낮춘다고 난리입니다. 그러나 진정 바닥을 모시는 자는 아주머니처럼 바닥을 들어올려 제 머리 위로 받드는 것이지요.
세상에 바닥보다 더 높은 것이 없음을 믿는 이들. 이 정도면 이 아주머니나 쟁반을 받아주는 주인 내외나 '바닥교'를 믿는 진정한 교도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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