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 어르신 스스로 노동의 즐거움을 즐기는 경로당이 늘고 있다. 경로당에 마련한 공동작업장에서 소득 증대는 물론 건강까지 챙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대구 남구 명덕경로당
#손자 용돈 내 손으로 줘 뿌듯
8일 오후 4시 대구 남구 명덕경로당(회장 김순호) 2층 공동작업장. 늦은 시간까지 어르신들이 고무지우개 포장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곳은 남구시니어클럽이 주선한 수출업체와 연계한 지속적인 일감 확보를 통해 노후 소득증대에 앞장서고 있다.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80세 이상 고령의 어르신들 손놀림이 분주하다. 김순자(81) 할머니는 "이전에는 경로당에서 무료하게 지냈는데 일거리를 통해 분주히 생활하고 있다"며 "많은 수입은 아니지만 번 돈으로 손자 용돈도 주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1층 경로당 옆에는 광고지 자석붙이기 등 할아버지들이 할 만한 공동작업장도 마련해 경로당이 어르신의 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 손도 어둔하고 과연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막상 부닥쳐보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순호 회장은 7년째 노인 소득증대 작업을 하고 있으며 하루 4천~5천원의 적은 수입이지만 어르신들이 아직 활동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경재(74) 총무는 "노인 스스로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아이들 용돈도 주고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이에게 되레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활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도 '명덕노인자원봉사단'을 만들어 한 달에 한두 번꼴로 경상중학교 앞 등굣길 교통정리, 쓰레기'담배꽁초 줍기 등 거리정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휴먼시아1단지경로당
# 폐휴대전화 수거해 이웃돕기
9일 오후 2시 휴먼시아1단지경로당(회장 이석곤)을 방문하자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한판 흥겹게 벌이고 있었다. 이 경로당은 화합과 단결로 어르신의 안락한 쉼터가 됐다. 화합과 단결의 원동력은 단연 회원 전체가 같이하는 점심식사이다. 공동 식사를 통해 어르신들은 끈끈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점심 식사를 같이하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상부상조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단결력으로 지난해 폐 휴대전화 수거에 솔선수범해 자원재생 운동에 나섰다. 폐 휴대전화는 적절한 폐기과정을 거치지 않고 방치하면 환경오염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인식 아래 어르신들이 손수 수거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40명의 회원이 지금까지 약 300여 개의 폐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실적을 거뒀으며 수거 보상금으로 홀몸노인과 어려운 경로당 회원에게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도 펼쳤다.
특히 회원들이 용돈을 절약해 모은 돈으로 마사지 벨트, 안마 의자, 헬스 사이클 등 고가의 운동 장비를 갖춰 시간 날 때마다 건강도 다지고 있다. 남산기독교복지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보건대학, 대구한의대 등과 연계해 건강체조, 노래교실, 영화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석곤(79) 회장은 "일주일 내내 중복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노인들이 쉴 틈 없이 정보도 얻고 즐길 수 있어 눈만 뜨면 경로당을 찾는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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