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지방대 생존전략을 찾아라

요즈음 대학가 보직교수들을 만나면 너나없이 한숨부터 내쉰다. 대학구조조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삐를 당길 태세고 정부의 등록금 인하 압박도 여전하다. 대학들은 정부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입을까봐 내놓고 불만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의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대졸 미취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학 졸업장은 종잇조각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 정원이 학령 인구를 초과하는 2018학년도가 되면 대학가에 '빅뱅'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대학가를 떠돌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대학 스스로의 책임과 정부의 방관이 큰 몫을 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말 발표한 대학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왜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가 될 듯하다.

국내 대학들은 1980년대 이후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수는 1980년 213개이던 것이 30년 만인 2010년 324개(4년제 179개, 전문대 145개)로 크게 늘어났다. 2000년을 기점으로 전문대는 다소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4년제 대학교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양적 확대와 함께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39%로 OECD국가 평균인 30%를 웃돌고 특히 청년층(25~34세) 경우는 63%로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1996년 도입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의 영향이 크다. 준칙주의는 과거 '대학설립 인가주의'와 달리 소규모 특성화 대학을 촉진하는 취지로 도입됐고 이 기간 동안 46개 대학과 21개 전문대학이 집중적으로 설립됐다. 준칙주의는 대학 설립은 용이하게 하면서도 사후관리에는 등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준칙주의 적용 후 교원 확보율, 교지 확보율 등 교육여건이 뒤처지는 대학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부실대학 정리의 당위성이 고개를 드는 대목이다.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은 양적 성장을 따라잡지 못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교육의 수요 만족도에 대한 나라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59개 국 중 39위로 하위권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와 관련 대학들은 현재 GDP대비 0.5% 수준인 고등교육재정을 1% 수준으로 확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내 대학입학 학령인구는 2012년 67만여 명으로 최고점에 이른 후 2018년부터는 대학교 입학정원 총합계가 고교졸업자 총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정원이 졸업생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코 앞에 다가온 것이다. 일본의 경우 18세 인구가 1990년대 초반부터 계속 감소하면서 학령인구가 20년째 줄고 있다. 2002년 사립대 28%인 114개 교, 2006년에는 40%인 222개 교가 입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05년 기준 547개 사립대학 중 적자인 학교가 3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가까운 일본의 이런 사례는 우리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최근에는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한 고졸자 취업 촉진 정책이 정부 주도로 펼쳐지면서 '취업 먼저, 대학은 나중에'라는 구호가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래저래 대학들로서는 우울한 징후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대학들의 대응은 미적지근해 보인다. 입으로는 위기라고 강조하면서 생존전략을 세우는데는 소극적이다. 정원이 미달해야 다음 해에 정원 축소를 고려하는 식이다. 여러가지로 불리한 여건에 처한 지방대학들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적극적인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야 한다.

최병고/사회1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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