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메리칸 원주민 정체성 찾아 떠나는 여정

켄 마르시오노 인디언 추모 다큐멘터리 사진전

1890년 12월 15일, 미국 라코타 부족의 추장 싯팅불(Sitting Bull)이 백인 기병대에 의해 살해당했다. 같은 해 12월 29일, 전설적인 인디언 추장 빅풋(Big foot)이 어린아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죄 없는 수백 명의 부족과 함께 백인 기병대에게 학살당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지역 인디언들은 이 비극적인 일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12월 15일부터 29일까지 사우스다코타 주 약 480㎞(300여 마일) 거리를 15일 동안 말을 타고 행진한다.

사진작가 켄 마르시오노(Ken Marchion no)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이 행사에 참가해 인디언 후손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사진을 찍었다.

시오갤러리에서 3월 6일까지 열리는 다큐멘터리 사진전 '300마일-오마카 토카타키야'전은 켄 마르시오노의 시선으로 본 인디언 후예들의 사진 25점이 전시된다.

'오마카 토카타키야' 행진은 추장들을 추모하는 의미와 동시에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인디언 지도자를 육성하려는 문화적, 역사적 의미도 담고 있다. 행진 참가자들은 긴 여정 동안 선조들이 지녔던 지적, 정신적, 육체적 상징과 숨결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이들은 혹독한 겨울 날씨에 맞서 하루에 55㎞(35마일)를 행군하며 선조들의 얼을 기린다.

작가의 시선은 인디언 후손들의 열망을 따라간다. 그들은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백인 중심의 미국사회에서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의지와 실천이 묻어 있다.

작가는 적나라하거나 처절한 현장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서정성이 담긴 감성적 표현을 보여준다. 수년에 걸친 시간의 축적과 공간의 압축이 잘 조화된 이미지를 선보인다. 대륙의 광활한 자연 풍경과 인디언 후손들의 삶이 어우러진 모습은 다큐멘터리 사진 이상의 의미를 전달해준다. 053)246-4688.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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