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왜 내가 실형 받아야 하나" 가해학생 판사 앞에 고함

여중생 감금폭행 가해자들 징역 6∼10개월 선고

22일 오전 대구지법 서부지원 32호 법정. 앳된 얼굴의 남녀 청소년들이 줄줄이 재판정으로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또래 여중생이 자신을 비웃었다는 이유로 나흘간 감금,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청소년들이었다.

참관석에 나란히 앉은 가해학생 부모와 교사, 피해 학생의 어머니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가해 청소년 부모와 피해 학생 어머니는 단 한마디의 대화도 없었고 가해 학생 가족들은 덤덤한 표정만 지었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가해 청소년들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나 반성의 눈물이라기보다는 실형을 받은 데 대한 반발이었다.

한 가해 청소년은 선고를 받기 전 발언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소년원에서 기술을 익혀서 사회에 나가 잘살고 싶다"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막상 재판부가 "보호관찰 중이어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자 고함을 지르며 격분한 것.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2형사단독 서영애 판사는 또래 여중생을 감금한 뒤 온갖 고문과 폭행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P(16) 양과 K(16) 양, 또 다른 P(16) 양 등 3명에 대해 장기 10월, 단기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L(17) 군에게는 장기 8월, 단기 6월을 선고했고, 가담 정도가 낮았던 M(14) 양과 K(16) 군에게는 보호처분을 내려 대구지법 소년부로 송치했다.

서 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가슴을 담뱃불로 지지는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했다"며 "피해자는 신체 5%가 심한 화상을 입고 양쪽 눈의 각막이 벗겨지는 등 큰 상해를 입었으며 극도의 스트레스로 정신병동에서 한 달가량 격리 치료를 받을 정도로 충격이 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해 여학생을 치료한 의사들조차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을 냈을 정도로 심각한 상해를 입혔는데도 가해자 부모는 사과조차 하지 않아 과연 가해자 부모들이 자녀들의 양육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가해학생의 부모들을 직접 질책한 것이다.

서 판사는 또 "피고인 대부분이 결손가정이거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가정환경을 탓하지 말고 자신을 아끼며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에 대해 피해 여학생 어머니는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녀는 "형이 너무 가볍다. 우리 아이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데 저 아이들은 그저 몇 개월 징역을 받고 나오면 끝"이라며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민사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P양 등 6명은 지난해 12월 10~13일 중학생 A(16) 양이 평소 예의가 없고, 임신한 P(16) 양의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고 무시했다는 이유로 A양을 4일 동안 모텔과 노래연습장 등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한 혐의로 같은 달 13일 구속 기소됐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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