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중앙치안센터 앞. 승용차 3대가 줄지어 반월당네거리 방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때 길목에 서 있던 대구 중부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 4명이 일제히 막아섰다.
경찰은 차들을 도로변에 정차시킨 뒤 운전자들에게 불법 통행 사실을 고지하고 범칙금 4만원을 부과했다. 전용지구에서 시내버스나 통행증을 발급받은 행정기관 차량을 제외한 일반 승용차와 통행 허용시간(오후 9시~익일 오전 10시) 외에 운행하는 택시 등이 단속대상이다.
이날 경찰은 40여 분간의 단속을 통해 30대의 불법 통행 차량을 적발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임을 모른 채 진입했다가 계도조치를 받은 차량도 수십 대에 달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불법 통행 차량이 숙지지 않고 있다. CC(폐쇄회로)TV가 있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이를 악용하거나 아예 대중교통전용지구인지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설치된 CCTV 4대가 적발, 범칙금을 부과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10대에 이른다. 2회 이상 적발돼야 범칙금을 부과하는 탓에 처음 적발된 불법 통행 차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불법 통행 차량수는 훨씬 많다.
대구시 관계자는 "2회 이상 상습 적발 차량은 경찰에 고발해 범칙금 4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처음 적발됐거나 타 지역에서 와 범칙금을 부과받지 않는 차량까지 더하면 하루 평균 120대의 차량이 불법 통행을 한다"고 말했다.
불법 통행 차량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내에 설치된 CCTV가 4대에 불과해 중앙로 구석구석 전부를 감시하기 힘들기 때문.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일부 구간을 미리 파악하고 이면도로를 통해 전용지구로 빠져나가는 얌체 운전자가 많다.
이날 현대백화점 대구점 뒤편 약령시 남성로에서 30분 동안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빠져나가는 차량이 20여 대에 달했다. 인근 상인 박모(50) 씨는 "불법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종일 승용차와 업무용 트럭이 지나다니며 보행자와 섞여 혼잡을 빚는다. 백화점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불법 통행 차량이 2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중구 약령시 인근 직장에 다니고 있는 김모(36) 씨는 "출퇴근 시간이면 현대백화점 앞 달구벌대로가 교통정체를 빚어 차를 몰고 빠져나가는 것이 더디다. 그래서 종종 약령시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빠져나간 뒤 반월당네거리로 진입하는 방법을 쓴다. 지금까지 CCTV에 걸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교통전문가들은 도입 2년을 맞은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이제 주변 교통 환경 변화에 맞춰 통행 제한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계명대 박용진 교수(교통공학과)는 "약령시 등 대중교통전용지구 주변의 차량 통행량과 연계된 교통정책이 필요하다"며 "일부 구간 해제 요구나 택시 통행 제한 시간 축소 요구 등의 문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불법 통행이 근절된 후에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김갑수 교수(도시공학과)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서고, 종로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최근 주변 상가의 차량 통행량이 늘어난 만큼 통행 기준에 대한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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