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주요 수술통계를 볼 때 대구는 환자 유출보다 유입이 많은 도시다. 서울이 11만여 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가 두 번째다. 2만3천642명이 더 많았다. 서울로 간 환자비율은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7%였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과 부산지역 환자들이 대구로 오기도 한다. 2009년 환자 거주지별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을 보면 서울 시민들은 당연히 서울과 경기에 있는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이 1, 2위, 부산은 부산과 서울이 1,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서울과 부산지역 모두 3위에 대구가 올랐다. 외래와 입원을 포함해 서울 사람 100명 중 0.8명, 부산 사람 100명 중 1.2명은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 우선 공략
대구시 관계자는"이 같은 수치는 아직 지역 의료계가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라며 "대구는 반경 2.5㎞ 안에 대학병원 등 5개 의과대학과 의사 6천여 명을 포함해 의료인력 1만8천여 명이 있는 도시다"고 했다.
대구의 의료관광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 의료관광객은 2009년 6만201명에서 2010년 8만1천789명, 2011년 11만 명(추정)으로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대구지역 의료관광객도 2천816명에서 4천493명, 5천500명(추정)으로 조금씩 증가세다. 지난해 6월 기준 대구지역 의료기관은 병'의원급을 합쳐 3천228곳. 이들 중 보건복지부에 등록된'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은 124곳(3.8%)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의료관광의 필요성을 느끼는 병의원은 점차 늘고 있다.
대구시는 우선 접근성이 좋은 중국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저장성 의료관광전문여행사가 지난해 11월 성형환자 10명을 보냈고, 올 3월에도 3명을 보내는 등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중국 내 3천여 개 스파를 운영 중인 오스트아시아그룹(광저우)을 통해 여성질환 중심의 의료관광객을 4월부터 맞이할 예정이다. 산둥성과 칭다오 의료관광사 관계자들도 대구를 찾아 병의원을 둘러본 뒤 성형 및 건강검진 환자들을 보내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안후이성 화이난시는 5월 중 지방 정부, 대학, 병원 관계자, 여행사가 참여하는 방문단 30여 명이 대구를 찾기로 했다. 홍석준 대구시 의료산업과장은 "고도성장 중인 베트남도 대구 의료관광의 타깃"이라며 "지난해 형편이 어려운 언청이 환자와 자궁근종 환자를 무료로 시술해준 인연으로 동산병원이 베트남 진출을 고려 중이며, 대구시는 원아시아그룹과 베트남 현지에 사무소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베트남 환자 유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뢰 주는 장기전략 접근을
최근 들어 의료관광객이 급증세를 보이는 곳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의 신흥 부호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성형 수술을 위해 400~500명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한류열풍이 만든 우호적 분위기에 의료 서비스에 대한 믿음만 심어주면 의료관광객이 증가할 여지가 많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장경원 아세안지사장은 "가장 빠르면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의료기관 및 의사들 간의 교류"라고 지적했다. 대구는 동남아 의료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외국의 잠재 고객들에게 대구의 의료수준을 알리고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의 강점인 대학병원과 전문병원들이 동남아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의사들과 활발한 교류를 함으로써 서서히 의료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지사장은 "대구는 한국에서도 의료관광이 성공할 수 있는 많은 요건을 갖춘 도시에 속한다"며 "에이전시에게 웃돈을 더 줘서 단기간의 성과를 노리기보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들에게 가격은 의미가 없다"며 "의료서비스를 국제적 수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대구파티마병원을 찾은 캄보디아 의료관광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석부총리실 학 나이 비서, 내무부 감사관 폴 릭, 캄보디아 전력청 론 소피읍 등이 종합검진을 받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이들은 평소 질환에 대한 진료를 받기 위해 외래 예약도 했다. 방문단은 "지난해 12월 대구파티마병원과 캄보디아 국립꼬사막병원과의 의료관광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캄보디아 내에서 대구파티마병원에 대한 자료를 보고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산병원 지난해 1천623명 유치
동산병원은 일찌감치 감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료관광에 눈을 떴다. 대구시와 함께 알마티동산병원을 카자흐스탄공화국 의료관광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2009년 10월 해외거점센터 국내 제1호인'대구시의료서비스알마티센터'를 개소했다. 중앙아시아에 의료혜택을 베풀면서 '메디시티 대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캄보디아 국빈을 초대해 의료관광 및 국가 간 교류협력을 높이기도 했다. 마엔 쏨 온 캄보디아 부총리를 비롯해 현재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여동생이자 부총리 정책고문인 훈 시낫 일행 9명이 지난해 7월 대구를 다녀갔다. 훈 시낫 고문은 건강검진 후 "다른 나라에서도 검진을 많이 받아봤지만 동산병원이 유럽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현재 캄보디아 부유층은 주로 태국과 싱가포르로 가고 있지만 한류 열풍과 VIP 마케팅의 효과로 대구를 찾는 캄보디아인이 점차 늘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외국인 의료관광이 활성화돼 미국,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알제리, 이란, 터키, 남아공, 아랍에미리트, 폴란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라오스, 베트남, 몽골 등지의 의료관광단이 동산병원을 다녀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동산병원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 1천584명에 이어 지난해 1천623명이 찾아왔다.
차순도 동산의료원장은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해외 의료관광단은 한국의 의료수준과 친절한 서비스, 신속한 진료절차 및 결과판정에 크게 만족했다"며 "앞으로 관광객들이 감동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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