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사회적 기여와 기부문화의 體用(체용)

현존하는 정치가들에게 보다 필요한 사항은 현재적 상황을 제대로 읽고 거기에 걸맞은 판단, 즉 현존하는 사회현상에 대한 객관적이자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능력이자 책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가나 정치를 지향하는 정치지망생들에게 있어 근사(近思)는 현재적인 사회적이자 정치적이며 또한 문화적 현상을 읽는 안목을 갖추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현존하는 정치가의 역할은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들을 다루거나 미래의 일을 예견하는 과업과 거리가 멀다. 이는 정치가의 활동영역이라기보다는 역사가나 미래를 예견하는 전략가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앞선 이유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현존의 정치가나 정치적 색을 동반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과연 그만한 자질이나 능력이 있으며 그러한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활동과 판단 및 구명을 요청한다. 단순하게 보자면 일반인들이 정치가나 그러한 속성을 동반한 자들에게 요청하는 판단의 기준은 너무나도 명료하다. 그것은 그들의 정치적 욕망이 개인의 사적인 목적이자 이익과 연계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정치는 개인을 위한 장치이거나 행위가 아닌 공적인 의미를 갖추는 것이 보다 더 요청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선거철에 정치적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모 유명인은 '사회적 기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되뇌며 정치적 행보 아닌 정치적 역량을 동반한 강연회를 전국을 순회하면서 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행위가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적 고민을 하였는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거기에는 사회적 고민 이상의 또 다른 의미가 내포된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고, 그런 만큼 그러한 그 스스로의 표현이 과연 세인들에게 얼마나 되는 동감을 얻어낼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회적 기여는 어느 특정인 하나만이 아닌 국민 개개인들 모두가 하고 있다. 다만 그 기여의 정도와 방법이 다를 뿐이며, 따라서 그것이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한 국가의 국민이라면 그 누구나 일정의 사회적 기여는 동반하고 있다. 또한 그들의 사회적 기여는 드러나지도 그렇다고 스스로 드러내지도 않으며 진척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기여라면 이러한 속성을 동반한 기여가 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모종의 사회적 기여이자 기부문화는 표리일체(表裏一體)의 속성과 연계되어야 하며 그 체(體)와 용(用)이 분리되기보다는 한데 엉켜 자연스럽게 이행하여야 한다.

모 개성 갑부의 후손은 용인에 있는 임야와 그곳에 자신이 평생을 가꾸고 키워온 나무들을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또한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모든 전권을 국가에 넘겨주었고, 오로지 그가 바란 바는 그곳의 모든 것을 오로지 온전하게 보전하여 다음 세대의 후손들에게 물려주기만을 요청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자면 전자의 사회적 기여이자 기부는 너무도 요란스럽고, 그런 만큼 그를 바라보는 속내가 편치만은 않다. 거기에는 알게 모르게 기존의 권력이자 힘을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힘을 보다 배양해 또 다른 권력을 장악하려는 의도이자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야기하기에 충분하고 또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사회적 기여이자 기부가 과연 진심인지 아니면 그 속에 또 다른 계산이 내포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인의 덕목으로 무엇보다 중요시할 것은 명료성을 확립하는 것일 게다. 이는 미래의 정치적 지향점에 대한 불명료성을 제거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케 하고, 그런 만큼 그들 자신이 해야 할 일의 목표이자 지표를 확립하는데 명료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과연 전제한 자가 말하는 '사회적 기여이자 기부'가 '정치적 투자이자 투기'는 아닌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당사자는 이제라도 그 뜻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속내를 밝히는 용기를 기대해 본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혼란을 벗어나 명료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며 '참으로 진실된' 선한 사회이자 국가 구현을 기원한다면 말이다. 그 자신 행동의 명료성을 제공할 때 국민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될 것이고, 또한 보다 객관적이자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결과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미래에 지도자가 될 자의 덕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준화/미학·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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