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음악 사랑은 피를 타고 흐르나 보다. 55년째 운영되고 있는 고전음악 감상실 '하이마트'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 3대를 이어가며 그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독일어로 '고향'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반세기 넘는 한때 CD와 MP3의 홍수 속, 찾는 이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대구시민들에게 정서적 자양분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지켜온 세월이었다.
하이마트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57년. 한국전쟁으로 대구에 피란 내려온 고(故) 김수억 씨가 구 대구극장 자리에 음악감상실을 차렸다. 그리고 1969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딸 김순희(66) 씨가 운영을 맡게 된다. 당시 23살. 선생님이 될 꿈에 부풀어 있던 그녀는 "내가 없더라도 하이마트를 잘 부탁한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결국 고향(하이마트)에 눌러앉아 클래식과 함께 한평생을 살고 있다.
이제는 김 씨의 곁을 아들 박수원(41) 씨가 지킨다. 어머니 몰래 4년 동안 음악 공부를 하고 장학금까지 받아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온 아들이다. 김 씨는 "피는 속일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태교부터 어린 시절을 늘 음악과 함께 자란 환경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말려도 결국 음악가의 길을 가고 말더라"고 했다.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연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가톨릭대, 계명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수원 씨는 이제 하이마트를 이어받을 든든한 버팀목이다.
개관 55주년 기념 음악회는 박 씨의 기획작품이다. 지금까지는 감상실의 역할에 충실해왔지만, 앞으로는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작은 공연을 자주 열고 싶다는 것이 박 씨의 포부다. 박 씨는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 연주를 들으면서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고 작곡가의 작곡의도를 표현해내는 다양한 방법들을 이해해보는 것도 음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55년 만에 하이마트에서 처음 열리는 '작은 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실내악이 오밀조밀 펼쳐진다. 박 씨와 그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이경은 씨를 비롯해 음악 동료, 후배인 첼리스트 배기정, 바이올리니스트 박현주'김보라, 소프라노 김유미 씨 등이 함께해 바흐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베토벤의 '첼로 소타나 제3번' 등을 들려준다. 박 씨는 "앞으로는 하이마트가 음악감상 활동은 물론이고 큰 음악회가 줄 수 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작은 실내악 연주를 통해 전할 수 있는 연주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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