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대통령 "北보다 종북세력이 더 문제"

91차 라디오연설서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從北) 세력은 더 큰 문제"라며 국내의 종북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송된 제91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북한이 1983년 아웅산 테러와 천안함 폭침을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우리 국민 일부가 이에 동조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종북세력'이란 표현을 직접 쓰면서 국내의 북한 추종 세력을 비판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어서 통합진보당 등 야권의 반발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이,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된다"며 종북세력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작심한 듯이 국내 종북세력 비판에 나선 것은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통해 종북주사파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 그동안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촛불정국 등을 거치면서도 중도실용을 기치로 내건 때문에 직접적으로 이념적, 정치적 발언은 피해왔다. 2008년 재향군인회와의 간담회에서 '좌파세력'이 북한정권에 동조하면서 이념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좌파세력'이라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종북세력 같은 직설적인 표현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더 늦기 전에 북한을 추종하고 있는 국내 종북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종북세력에 대한 정부차원의 후속대응 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고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통합진보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종북세력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통합진보당 등 야권이 검찰의 통합진보당 사태 수사를 '공안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라디오연설을 통해 2주 전 미얀마를 방문, 1983년 아웅산 국립묘지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아웅산 테러 사건은 20세기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결코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미얀마처럼 이제 북한도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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