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우주사막/김병호

잠을 자던 아이가 갑자기 칭얼거린다

무슨 나쁜 꿈인가 싶어

얼른, 아이를 품에 안는데

다시금 온몸을 떤다

어디를 다녀온 길일까

생이 생을 건너는 순간을

나도 다녀온 날들이 있다

허방을 딛고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바다보다 긴 목숨으로 시간을 밀고

아침을 얻기 전의 숨들이 고여 있는 곳

그곳을 다녀온 자들은

별을 잃고 비밀을 얻어

고아가 된다

지상에서 익힌 모든 이름들이

하룻밤 새 하얗게 세어버린다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울 때, 부모는 아이의 꿈속에 함께 들어가지 못한 것이 서럽기만 합니다. 부모와 함께 있는 이 시간마저 아이를 홀로 버려둘 수밖에 없다는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다녀온 그곳을 시인은 '우주사막'이라 부릅니다. 그곳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이 가득한 신비로운 곳이지요. 지상의 어떤 인연도 함께할 수 없는 그곳을 다녀오니, 아이는 우주사막에 홀로 선 듯한 고독을 느낄 수밖에요. 그래서 난데없이 부모는 제 뺨을 아이의 볼에 비비는 것이겠지요.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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