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오바브 거리 속 꼿꼿이 서있는 거목들
# 잎은 류머티스 치료제…식수 공급도
# 고요하고 유유자적한 풍경의 지상낙원
해가 진다. 파란 하늘을 힘겹게 지고 있던 바오바브나무가 저물어가는 해거름 사이로 묘한 실루엣을 펼쳐보인다. 수천 년을 산다는 바오바브나무. 천년의 세월을 꼿꼿히 버텨온 우람한 나무를 바라보며 그 속에 숨은 외로움과 고독, 인내의 세월, 그리고 쭉쭉 뻗어 하늘로 향하는 희망의 기상을 마주한다.
태고에 신이 바오바브(baobab) 나무를 만들었다. 그런데 나무가 제멋대로 걸어다녀 화가 난 신은 바오바브를 땅에 거꾸로 박아버렸다. 굵고 긴 나무 기둥엔 가지 하나 없고 꼭대기에만 잔가지들이 부스스 얽혀 있어 마치 뿌리가 거꾸로 하늘을 지고 있는 독특한 생김을 하고 있어 생겨난 전설이다.
아프리카 대륙 옆에 떠있는 신비의 섬 마다가스카르(Madagascar)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자연을 간직한 섬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바오바브나무. 마다가스카르 서부 해안도시 모론다바(Morondava)에는 덩치는 산만하지만 귀여운 형상의 바오바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린왕자'에 등장한 바오바브나무
마다가스카르는 머나먼 낯선 땅이다. 케냐 나이로비까지 13시간을 날아가서 다시 마다가스카르 행 비행기를 바꿔 타고 5시간을 날아야 겨우 '천인의 무사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다다를 수 있다.
바오바브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여기서 다시 700㎞를 달려가야 한다. 길이 좋다면 예닐곱 시간이면 거뜬히 달려갈 수 있겠지만 겨우 2차로의 좁고 울퉁불퉁 길이 패인 낡은 도로망을 가진 마다가스카르에서 속도를 내기란 불가능이었다. 작은 버스를 타고 장장 13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힘겨운 여행길이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순탄치는 않았다. 가는 도중 두 번이나 타이어 펑크가 나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 그래서 오전 5시에 길을 떠났지만 오후 11시가 다 돼서야 겨우 모론다바의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자가 넉넉치 않은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중고차와 재생 타이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워낙 흔하다보니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해 있는 것이다.
다음날 오후 찾은 바오바브 거리. 이곳에는 마치 '걸리버여행기'의 거인국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나무들이 평원 위에 꼿꼿이 서 있었다. '바오바브나무'란 명칭은 어린시절 읽었던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기억을 찾을 수 있다. '어린 왕자'에서는 바오바브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 B612 혹성에는 무서운 씨앗들이 있다. 바오바브나무의 씨앗이다. 그런데 바오바브나무는 자칫 늦게 손을 쓰면 그땐 정말 처치할 수 없게 된다. 별이 너무 작은데 바오바브나무가 너무 많으면 그 뿌리로 인해 별이 산산조각 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바오바브나무는 '무서운 씨앗'은 아니다. 바오바브의 열매는 그대로 먹거나 갈아서 주스로 마시며 잎사귀는 주민들의 류머티스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나무 껍질은 말라리아 예방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스펀치처럼 물을 빨아들이는 섬유질의 몸체 덕에 메마른 건기에는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해주는 역할도 한다.
바오바브 거리 관광은 해질녘이 제격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만들어내는 붉은 빛의 향연이 쭉쭉 뻗은 바오바브 거리에 마치 한 폭의 동양화와도 같은 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늪에 바오바브나무의 반영이 드리워진다.
◆진정한 휴양지로 손색없는 모론다바 해변
'어린왕자'의 배경으로도 손색 없을 것 같은 동화처럼 평화로운 풍경을 가진 모론다바. 눈이 시릴 듯 맑은 하늘을 가진 하늘이 푸르른 바다와 맞닿아 있다.
맹그로브(mangrove'열대와 아열대의 갯벌이나 하구에서 자라는 목본식물의 집단) 밀림 투어를 해보겠냐는 현지인의 권유에 작은 조각배를 타고 물로 나갔다. 맹그로브는 보잘것없었지만, 대신 모론다바 모잠비크 해의 어촌 마을의 고요하고 유유자적한 풍경이 펼쳐졌다. 침몰한 낡은 배 위에서 물장구를 치며 노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만이 조용한 바다에 통통 튀는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배를 타고 건너간 바닷가 어촌마을에는 얼굴에 팩을 잔뜩 바른 채 빨래를 하고, 그물을 정리하는 여성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나무 그늘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낯선 관광객들의 출현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선물했다.
이곳의 해변은 상업화 된 해변 도시와는 사뭇 다른 순박한 모습이다. 호텔은 낡았고, 사람들도 아직 돈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해 호객행위도 없으며, 관광상품을 파는 곳조차 많지 않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휴양지'다.
섬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대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남극 대륙, 호주 대륙 등이 한 땅덩이로 붙어있던 고(古) 곤드와나(Gondwana) 대륙에 균열이 생기면서 6천500만 년 전 떨어져 나온 것이 바로 마다가스카르다. 대륙성 섬은 떨어져 나올 때 대륙의 생명도 함께 데리고 나와 자신만의 진화과정을 겪는다. 고립과 은둔의 힘겨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태고의 원시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축복이기도 하다. 마다가스카르에 20만 종의 식생이 사는데 이 중 80%는 마다가스카르에만 사는 종이기 때문에 이곳의 동물이나 식물 한 종이 사라지면 그건 지구 전체에서 멸종되는 것이다. 바오바브나무의 도시 모론다바는 그래서 신의 축복을 받은 아름다운 낙원이다.
★TIP=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2천여 년 전 옛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계절풍을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종은 아프리카보다는 동남아계와 유사하다. 주식도 쌀이다. 공식어인 프랑스어 외에 이곳 사람들이 쓰는 말라가시아어 역시 말레이시아어와 상당히 비슷하다. 농업이 중심산업이며 최대 수출품은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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