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200여명 뛰노는데 안전요원 1명 배치?

물놀이장 안전시설 '엉망'

2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고산2동 수성패밀리파크 내 어린이 물놀이장. 300명가량의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이 곳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어린이 200여 명이 미끄럼틀 등 물놀이 시설을 즐기는 동안 부모들은 그늘막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하지만 200여 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은 한 명에 불과했다. 안전요원은 "평일에는 혼자 나오고 주말에는 사람이 더 몰리기 때문에 2명이 나온다"고 했다.

아이를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한 미아 보호 시설이나 방송 시설도 없었다. 김형택(42'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아이가 사라져서 깜짝 놀랐었는데 미아를 보호하는 곳이나 방송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겨우 돌아다녀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쇼핑센터 등이 경쟁적으로 물놀이장을 열고 있지만 안전요전과 편의시설이 부족해 이용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취재진이 대구시내 4곳의 물놀이장을 찾은 결과 안전요원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부족했고, 화장실 이외의 편의시설도 찾을 수 없었다.

대구 동구 봉무동의 한 쇼핑몰에 설치된 물놀이장은 5개의 풀장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풀장을 지켜보는 안전요원은 4명 밖에 안보였다. 게다가 이들은 미끄럼틀 주위에서 사고 방지에만 신경을 쓸 뿐 풀장에 있는 어린이에게까지 관심을 줄 여유가 없어 보였다.

때문에 300여 명의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가운데 부모들은 아이가 행여 사고를 당하지 않는지 살피기 위해 풀장만 쳐다보고 있었다. 물놀이장을 찾은 한 시민은 "1인당 5천~7천원 씩 내고 이용하는 물놀이장인데 안전관리가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최은영(32'여'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안전요원들이 왔다갔다하는 것 같긴 한데 잘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풀장 관계자는 "7명의 안전요원을 배치 중인데 일부가 안전요원이 입는 파란색 조끼를 착용하지 않아 이용객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즉각 조끼를 착용시키겠다"고 해명했다.

이용객들은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불만이다. 수성패밀리파크와 대구 동구 신서동 신서근린공원 내 물놀이장에는 탈의실도 없다. 때문에 부모들은 땡볕 아래서 옷을 갈아입힐 수밖에 없다. 그늘도 부족하다. 수성패밀리파크의 경우 물놀이장 주변에 햇볕을 피할 곳은 몽골텐트 2동과 물놀이장 근처에 마련된 그늘막 뿐이다. 때문에 '텐트 설치를 하지 말라'는 수성구청의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물놀이장 부근에 텐트 20동 이상 설치돼 있었다.

김모(56·대구 동구 방촌동) 씨는 "아무리 아이들이도 밖에서 옷을 벗고 입게 되면 부끄러워 한다"며 "천막이라도 쳐서 간의 탈의실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신서근린공원 물놀이장에 탈의실을 비롯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요구하는 민원이 자주 들어와 내년 예산 편성에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안전요원을 확충하려 해도 주말에 근무해야 된다는 조건 때문에 지원하는 사람이 없고, 시설도 일대가 그린벨트 지역이고 무료 시설이라 더 이상 시설 투자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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