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전격적인 독도 방문에 나선 것은 8'15 광복절을 앞두고 되풀이되고 있는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껏 일본의 거듭된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도발에 대해 한일관계를 감안, '조용한 외교'를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본의 잇따른 역사적 망언과 도발이 우리 정부의 소극적 외교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들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나섰을 뿐 신중하게 대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이번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 방문에 나선 것은 더 이상 일본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일본 외교의 방향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일본이 2012년 방위백서를 내고 지난 2005년부터 8년 연속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다시 한 번 도발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또 일본 정부가 이달 8일 뒤늦게 외교통상부가 발간한 '2012년판 외교백서'에 대해 뒤늦게 항의에 나서자 더 이상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조용한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론도 강하게 대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반복되는 주장에 대해 우리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독도 방문에 이어 15일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도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 대해 강하게 언급할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수행하고 소설가 이문열, 김주영 씨 등이 동행한 것은 독도가 우리 고유의 영토로서 문화적, 생태환경적으로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독도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11일 새벽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놓고 한-일전이 예정돼 있어 양국 국민의 신경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국민적 관심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대일 외교 신중론자들은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독도를 국제분쟁화함으로써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논쟁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차제에 못을 박고 가려는 '강경책'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일본에 강한 모습을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철거를 요청하자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설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강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과 외교 마찰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임기 내 역사 문제에 관한 한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선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추진에 따른 국내 비판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외교'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협정이라면서도 충분한 설명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지난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의결하면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출생지가 일본 오사카라는 점을 들어 현 정부를 '친일 정부'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일본에 단호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시 협정 추진이 상호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진 것뿐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추진해 온 국정 과제를 온전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지율을 어느 정도로 회복하느냐도 관건이다.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독도는 꼭 한 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면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어서 환경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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