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찰음식] 음식 특성

거칠고 밍밍해도 '건강 지키기' 안성맞춤

암과 성인병이 두려운 현대인들. 그래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먹거리에 대한 개념이 '무엇을 먹을까?'보다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사느냐?'로 바뀌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사찰음식'이 현대인의 건강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찰음식 특성

사찰음식에 관한 관심은 웰빙 바람과 함께 시작됐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먹는 음식부터 살피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찰음식의 특징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최소한의 조리 과정만 거쳐 만든다는 점이다. 민들레, 쑥, 씀바귀, 당귀 등 자연 속에 자라는 산야초가 반찬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조리를 하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요리의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감미롭고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는 다소 거칠고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채소 위주의 자연 재료로 만든 음식은 영양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현대인의 건강을 지켜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자극적인 맛보다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담백한 사찰음식의 향취는 오랫동안 몸과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사찰음식 전승

사찰음식은 불교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가장 간소하고 겸허한 자세로 시작됐다. 산사의 밥상은 자연과 같다. 산사 주변의 산야초가 별다른 가공 없이 나물반찬이 된다. 하지만 푸성귀로 만들었다고 해서 모두 사찰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사의 상차림에는 세 가지 법도가 있다. '청정''유연''여법'이다. 청정함은 인공 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청정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연함은 스님의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짜고 맵지 않아야 한다. 여법은 양념을 하더라도 단맛, 짠맛, 신맛, 장류 순으로 절대 과하지 않게 적당하게 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맛의 문화는 사찰마다 서로 다른 점들이 있다. 경남 양산 통도사의 경우 두릅 무침'표고 밥'가죽 김치 등이 자랑거리다. 합천 해인사는 상추 불뚝 김치'가지 지짐'고수 무침 등이 유명하다. 순천 송광사의 경우 연근 물김치'죽순 김치'죽순 장아찌, 해남 대흥사의 경우 동치미, 전북 금산사의 경우 돌미나리 김치'돌미나리 전, 전남 여천 흥국사의 경우 산초잎 된장국'산초잎 장떡,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의 경우 참나물 김치 등이 주력 음식이다.

사찰음식 전문가로는 한국전통사찰음식보존회 회장 선재 스님, 사찰음식연구회 회장 홍승 스님, 경북 문경의 윤필암 은우 스님, 사찰음식점 '발우' 대표 대안 스님, 경기도 평택 수도사 주지 적문 스님 등이 있다.

##성인병 등 질병 예방에 기운까지 돋워줘

◆건강에 좋은 7가지 이유

사찰음식의 우수성은 천천히 먹는 음식(slow food), 건강으로 먹는 음식(well-being food), 지혜로 먹는 음식이다.

1. 천연양념=담백한 사찰음식의 비결은 바로 천연양념에 있다. 표고버섯가루, 다시마, 검은콩가루, 제피열매, 계핏가루, 들깻가루, 솔잎가루 등 양념 가짓수만 해도 30여 가지가 넘는다.

2. 식이섬유=참기름과 소금으로 수백 가지의 나물을 무쳐먹으니 변비가 없다. 사찰에서는 쌀도 백미보다는 현미와 같은 통 곡식을 먹고, 야채나 나물은 뿌리와 껍질까지 다 먹는다.

3. 저염'저당=사찰음식은 싱겁고 밋밋하다. 소금은 죽염이나 간수 뺀 천일염을 볶아서 사용한다. 설탕은 과일이나, 늙은 호박 등 단맛이 나는 음식으로 대체한다. 짠맛은 위를 자극하여 수행에 방해되고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없으므로 되도록 싱겁게 먹는다.

4. 저칼로리=죽 한 그릇의 아침, 제대로 된 점심, 1식 3찬의 가벼운 저녁으로 이뤄진 사찰음식은 칼로리가 낮다. 비만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사찰음식이야말로 다이어트 식단이다.

5. 견과류와 콩=육류 섭취를 제한한 사찰음식은 지방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잣, 땅콩 등의 견과류나 콩, 두부, 들깨 등이 많이 쓰인다. 특히 된장찌개, 콩조림, 두부구이 등 콩을 이용한 음식은 매끼 빠지지 않는다. 견과류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은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35~50% 정도가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콩류는 항암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다.

6. 소식(小食)=현대인들은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거나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다 보니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과식할 때가 많다. 사찰음식은 소식을 지향한다.

7. 식약동원(食藥同源)=불가에서는 음식이 곧 약이고 의술이다. 소화가 안 될 때는 양배추를 먹고, 폐가 안 좋을 땐 참기름에 잰 은행을 먹으며, 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싶을 때는 송차(松茶)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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