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처음 선보이는 설치작품입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현대미술가 곽훈의 설치미술 '시(詩), 다(茶), 선(禪)'이 대구미술관 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달성 출신으로 한국과 미국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한국적 추상표현의 대가라고 평가받는다. 화랑에서 꾸준히 회화 작품을 발표해오긴 했지만 본격적인 설치작품을 대구에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작품 '시(詩), 다(茶), 선(禪)' 시리즈는 15년만에 완결된 작품이다.
"추사의 글을 보면 시, 다, 선을 써놓은 작품이 있어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작품이 어느덧 15년만에 완결됐습니다."
특히 작품 '시(詩)'는 대구미술관에서 현장작업했다. 창호지를 붙여 놓은 이 작품은 한 편의 시와 같다. 한지를 통과하는 빛의 흐름, 그리고 공기의 움직임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공감각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품의 둘레를 한 바퀴 돌면, 자연스럽게 시적 명상의 세계로 유도한다. 이 작품을 작가가 처음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작가는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했다. 현대미술의 주류인 미국 땅에서, 그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고민의 답은 '나'였다.
"어릴 때 대명동 벌판 땅을 파면 가야토기들이 수도 없이 나왔어요. 그걸 미술실에 가져다놓고 그림을 그린 후, 깨곤 했죠. 천년 전의 공기가 현재의 공기와 만나는 그 느낌은 아주 독특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는 땅에서 토기를 캐내던 그 기억을 되살려 '기(氣)'에 대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조상들의 이도다완에 매료됐다. 그는 경기도 이천에 가마를 만들어놓고 직접 옹기 작업을 한다. 작가가 가마에서 직접 구워낸 다완들의 형상은 자연과 관계하며 형성되는 한국의 미의식을 보여준다. 작품 '다(茶)'는 100개의 다완들이 3전시실에 맞게 재설치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보여준다.
옹기로 만들어 마치 피리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겁/소리'(1995년작)는 전시실 바깥에 대자연을 배경으로 설치됐다. 마침 비가 와 작품에 내리쳤지만 작가는 개의치 않았다.
"고향이 제일 처신하기 어려운 곳이라죠? 그래도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설치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기분 좋습니다."
이번 전시로 그의 '시(詩), 다(茶), 선(禪)' 시리즈는 마침표를 찍는다.
최세정기자 사진 성일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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