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승연 회장 중형선고, 당연한 판결이다

서울서부지법이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대다수 언론의 논조는 환영한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치켜세울 일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은 '법 앞에서 평등'이고 어느 누구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원칙은 재벌총수에게는 무력했다. 법원이 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 대해 1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 실형,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정찰제'를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중 7명이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1년 이내에 사면까지 받은 사실은 이를 잘 증명한다. 서울서부지법의 이번 판결은 이렇게 무너진 사법정의를 다시 세운 것으로, 법원이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이다.

법원은 재벌총수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판결을 내리면서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재벌총수가 저지른 배임'횡령 등의 경제범죄 자체가 이미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국민이 이번 판결을 주목하는 이유는 앞으로 재벌총수의 비리에 대해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앞으로 법원은 이 같은 국민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재벌총수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처벌 조항만 충실히 지켜달라는 것이다. 재벌 총수라고 해서 특별히 가혹하게 처벌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법 앞에서 평등'이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혹한 처벌이 아니라 적법한 처벌', 이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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