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들러리 아닌 주인공…여성정치 꽃 피다

정치계 '우먼파워' 각광받는 리더십

이달 20일 대한민국 집권당의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가 결정된다. 정치권에선 헌정 사상 최초로 원내 제1당에서 여성 후보를 배출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사에 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 원로 정치인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정치권에선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만큼이나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배출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며 "하지만 흑인인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만큼 한국에서도 이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여야 대선주자 가운데 여성 정치지도자가 오랜 기간 동안 대세론의 주인공 자리를 유지하며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여성 정치인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난 4'11 총선을 통해 제19대 국회에 진출한 여성정치인은 모두 47명이다.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15.7%에 해당한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여성 국회의원이 단 한 명(임영신, 경북 안동'보궐선거)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한 자리 수에 불과하던 여성 국회의원 수는 15대 10명, 16대 16명, 17대 39명, 18대 41명, 19대 47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17대 총선 때부터 비례대표 여성공천 50% 할당제도를 실행한 것이 여성 의원 증가에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세계기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 한다. 국제의원연맹(IPU) 회원국의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 평균은 19.1%에 이른다. 여성계에선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여성 공천할당제 확대 및 여성 전용 선거구 시행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역 여성 국회의원 가운데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비례)과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서울 은평갑)이 5선으로 최다선 고지를 밟고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벼랑 끝에 놓인 새누리당을 구한 데 이어 현재는 당내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월등한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이 의원은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 후보로 거명된 데 이어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 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서 대구 출신의 4선 의원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다선 여성 정치인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3선에 성공했다. 지역에선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대구 북구갑)이 여성 국회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대 선거정보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민들은 과거 총선에서 모두 6명의 여성 후보를 선택했다. 구체적으로 3대 경북 1명(김철안, 금릉), 4대 경북 1명(김철안, 금릉), 15대 경북 1명(임진출, 경주), 16대 대구 1명(박근혜, 달성), 17대 대구 1명(박근혜, 달성), 18대 대구 1명(박근혜, 달성)의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전직 여성 국회의원 중에선 박순천 전 민중당 대표가 5선으로 최다선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19대 총선에서 쓴 잔을 마신 김영선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 4선으로 뒤를 잇고 있다. 대구 출신인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밖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재선의 나경원 의원 역시 차세대 여성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1'15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에는 새누리당(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민주당(한명숙 대표), 통합진보당(이정희 대표) 등 3개 제도권 정당 당수를 모두 여성이 맡아 여성 리더십이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3명의 여성 당수 가운데 2명이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내놔 여성 정치인의 지도력에 한계를 지적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뜻한 지도력을 강조했던 한 전 대표는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과 측근 공천 논란 속에서 강단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 해 총선에서 패배했으며 이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놓았다. 이정희 전 대표는 당내 특정 계파(경기동부연합)의 '얼굴 마담'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민생정치와 생활정치가 강조되면서 여성 정치인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 지형 전반이 아직까지 남성 중심적으로 짜여 있어 아직은 잠재력과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 정치인의 활약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9대 국회 보좌진 가운데 여성은 전체의 25%도 채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고위직인 4급 보좌관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여성 '정치 예비군' 양성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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