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계올림픽 예정지인 강원도 평창에 일부 재벌 일가와 연예인 등이 땅 투기를 한 것으로 알려져 시끄러웠다. 전 국민은 세 번째 만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고 축제를 벌였는데 일부 사회 상류층은 국민적 관심사를 오로지 자신의 돈벌이에 이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하니 씁쓸하다. '역시 재주는 곰이 부리고…'라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의 잔재다. 일본인들이 식민지 조선 땅에 들어와 맨 먼저 한 일은 땅을 사는 일이었다. 먼저 싼 값으로 넓은 땅을 매입한 후 일본인이 이주해오면 조금 비싸게 팔아넘겨 땅값을 올려 놓고, 조선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왕창 바가지를 씌웠다. 도시 개발이나 항구, 역, 도로 등이 생기는 곳이 있으면 총독부 관리들과 결탁해 대규모로 땅을 매입해 떼부자가 되는 일본인이 많았다. 현재에도 땅 투기꾼이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인 '개발 정보'는 일제강점기 때 이미 통용됐던 수법이다.
1920년대 조선 제일의 부자도 땅 투기꾼이었다. 전봉관 KAIST 교수가 쓴 책 '럭키경성'에 따르면 무역상인 김기덕이라는 인물은 함경북도의 토지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는 여러 사업 실패 후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땅 투기였다. 1925년 일제가 대륙 진출을 위해 함북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건물을 담보로 5만 원(현재 500억 원)을 빌려 나진 일대에 땅을 대규모로 샀다. 불과 한 달 만에 1천 배 이상 튀겼다고 하니, 전무후무한 부동산 투기의 지존이라고 할 만하다.
요즘 포항에는 부동산 괴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고 난리인데, 포항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관련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는 자체가 희한한 일이다. 시중에 나도는 루머는 포항시청이 또다시 이전하고 새로운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등 거의 거짓말 수준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탓이 크다. 5년 전 대통령 취임 전후에 한 차례 투기 열풍이 휩쓸고 가더니 이제는 이 땅을 팔아 치워야 하는 투기꾼들이 만들어낸 루머라는 얘기가 많다. '개발 정보'를 빼내 투기하는 것도 지탄받을 일인데 거짓말까지 지어내 한탕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설친다고 하니 참으로 서글프다. 애꿎은 서민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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