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경기라서 5시 퇴근" 불황 이기는 힘, 사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예전엔 구조조정부터 이젠 직원 챙기며 버텨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기업들이 전형적인 불황 탈출에서 벗어나 성장을 버티기 방식으로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절하고 복지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기업들이 전형적인 불황 탈출에서 벗어나 성장을 버티기 방식으로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절하고 복지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구조 조정보다는 도약의 기회로'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감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불황 탈출'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경영' 방식이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 등 전형적인 방식의 몸집 줄이기보다는 재도약을 위한 충전의 기회로 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중소기업들이 불황 때는 인력 조정부터 나섰지만 최근에는 위기 극복 내성이 강해졌고 불황 뒤 성장기가 오는 것을 감안해 조용하게 불황을 견디는 기업들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감 줄면 구조조정보다 휴가를

대구상공회의소는 하반기 지역경제가 수출과 산업생산 등에서 성장세가 꺾이면서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74를 기록, 전분기(88) 대비 크게 하락했다. 기업들은 특히 수요 감소와 원자재 수금, 자금사정 등에서 경영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불황을 버티기 위해 하나둘 묘안을 짜내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근무시간 조정을 통해 줄어드는 주문량에 대처하는 것.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업종별 중소제조업체 100곳에 대해 긴급 경영 상황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들 중 30%가량이 불황을 버텨내기 위해 조업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구 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업체는 2분기부터 주문량이 조금씩 감소하면서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 모든 직원을 오후 5시 정각에 퇴근시키고 있다. 회사 임원은 "경기가 살아나면 주문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은 버티면서 충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을 일찍 퇴근 시키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도 줄이고 업무 만족도도 높일 수 있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성서공단 내 한 섬유업체 역시 올 초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여름휴가를 지난해보다 2일 늘렸다. 휴가기간 동안 기계를 세워 치솟은 전기료 등 비용 절감에 들어가겠다는 것.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섬유 업체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해도 불황이 오면 사람을 줄이고 설비를 팔아치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조업 시간과 휴가 일수 조정 등으로 비용을 절감해 버티는 등 내공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재산이다

불황이지만 오히려 직원 사기를 높이는 기업도 있다.

크레택책임의 최영수 대표는 이달 11일 전직원에게 금일봉(5만원)을 지급했다. 최 대표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동메달 획득에 맞춰 무더위와 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살리고 더욱 열심히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금일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서대구공단 내 A섬유회사도 직원 복지에 신경쓰고 있다. A사 임원은 "매출이 예전만 못하지만 직원들마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구내 식단을 건강식으로 바꾸고 체력 단련장과 휴게실도 확장했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부품 회사는 불황에 맞춰 제조 현장 직원들의 휴식 시간을 2배로 늘리는 동시에 휴게실 옆에 스크린 골프연습장을 만들었다. 골프에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회사 대표가 접하고 나서다. 회사 관계자는 "주문이 줄면서 직원들은 구조조정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직원들을 위해 투자를 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다들 열심히 준비해서 불황 탈출을 가장 먼저 하자는 분위기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강원 본부장은 "경기가 어렵다고 회사 몸집을 줄이는 것은 당장의 위기만 극복하려는 안이한 방식이다.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 직원들을 보살피고 지원하는 기업이 불황을 빨리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