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도 손님이 없다…중산층마저 소비심리 급랭

저금리라도 돈은 은행에...

고물가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고물가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덜 먹고, 덜 입고….'

28일 오후 7시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내 의류 코너. 평상시에는 쇼핑객들로 복도가 분주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여성 의류 코너에 근무하는 직원은 "최근들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옷을 입어보기 전에 우선 가격부터 확인하는 고객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소비자 지갑이 닫히고 있다. 고물가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현(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유통학회장은 "가처분 소득과 미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려 중산층 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주식 시장 등 부의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낙관적 전망없이는 내수 경기가 살아나기엔 당분간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덜 먹고, 덜 입고

위축된 소비 심리는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에서 쉽게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 대형마트 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역신장했다. 5월에 이어 두 달째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구매 건수와 구매 단가도 줄고 있다.

대형마트는 작년말과 올해 초 1인당 구매 단가가 5만원 언저리까지 회복됐으나 올들어 꾸준히 감소하면서 6월 현재 4만2천871원까지 줄었다. 이마트 만촌점의 경우 상반기와 최근 2개월간 이마트 객단가는 전년보다 각각 1.2%와 3.1%가 감소했다.

백화점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만원 초반까지 내려갔던 1인당 구매 단가는 작년말 9만2천원대까지 회복됐지만 6월 7만1천189원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물가 상승률이 10%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 객단가는 더욱 낮아졌다"며 "고가의 가전과 의류 등에 대한 씀씀이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6월 상품별 판매량을 보면 가전(-14.4%), 의류(-12.4%), 식품(-6.7%), 가정생활(-4.4%) 순으로 매출이 줄었다. 백화점은 남성의류(-9.7%), 여성 정장(-6.0%), 여성 캐주얼(-4.1%), 가정용품(-6.4%) 순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알뜰 구매 성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한 의류나 가전 구입을 미루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소비 줄고, 돈은 은행으로

8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발표에 따르면 8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104로 5월 111, 6월 108, 7월 107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4월 102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심리지수는 미래 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로 지수가 낮아지면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낮아진 소비자 심리지수는 결국 소비 불황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현금 대체 수단인 신용 카드 사용액도 즐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6월까지 신용카드 결제금액(승인 기준)은 하루 평균 1조5천14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상반기엔 11.2%, 하반기에는 8.0%대의 증가폭을 보였다.

시중자금이 안전 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역머니 무브'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1월 정기예금 잔액은 8조8천342억원이었지만 지난 6월말 기준 잔액은 12조8천420억원으로 4조원 이상 급증했다. 정기적금도 지난 1월 말 기준 7천452억원에서 6월말에는 8천377억원으로 늘어났다.

금리는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 소비를 줄이면서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 관계자는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신고는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가 결국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현금 선호 현상을 짙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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