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누리·민주당, 텃밭 민심 이탈에 대책 비상

마음 떠난 집토끼들 어찌할꼬…

부산'경남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표밭으로 분류된다. 반면 호남은 민주당의 절대적 안방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졌다. 양당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텃밭에서 몰표를 얻어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들 지역의 민심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4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끝내고 부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최근 부산'경남 지역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 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탓이다.

21, 22일 진행된 KBS'미디어리서치 다자대결 조사에서 박 후보는 38.2%, 문 후보는 19.0%, 안 후보는 21.9%를 각각 얻었다. 야권의 두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박 후보보다 2.7%포인트 앞선 결과다. 이 지역 양자대결로 잣대를 옮기면 박 후보(47.4%)가 문 후보에게는 5.2%p, 안 후보에게는 2.6%p 앞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오차 범위 내의 접전을 벌였다. 한 정치평론가는 "부산'경남 지역의 여론조사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2년 대선 때보다 새누리당에 더 비상사태임이 예견된다"며 "박 후보가 과거사 사과 이후 부랴부랴 부산을 찾은 것도 부산'경남 지역의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행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호남 지역은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오랜 짝사랑 대상을 바꿀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KBS'미디어리서치(21, 22일) 호남 지역 조사에서 문 후보는 지지율이 35.8%에 그친 반면, 안 후보는 53.9%의 지지를 받았다. 22일 글로벌리서치 호남 지역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43.1%로, 안 후보의 51.6%에 턱없이 밀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후보와 안 후보를 대상으로 한 '야권 후보 선호도'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밀리는 이유도 '호남의 민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지역구가 부산이며, 고향이 경남 거제인 문 후보에 대해 '간판만 호남일 뿐 당선되면 부산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게 호남 민심"이라고 했다. 이래저래 문 후보의 '호남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와 민주당은 호남 껴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 후보는 24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았다. 또 추석 전에 광주를 방문해 5'18 묘지를 참배하고 지역 인사들을 만나 지지세력을 규합한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24일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들과 오찬을 갖고 "민주당과 문 후보가 호남에 관심이 많다"며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하고 나섰다.

문재인 캠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호남 지역의 지지율이 문 후보보다 안 후보에게 쏠려 있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가 본격 논의될 10월 말쯤에는 호남 민심도 민주당 후보에게로 돌아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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