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풍에 물들다] 주말부터 절정기

알록달록 가을산, 걸음걸음 형형색색 별천지

자연만큼 흐르는 시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는 듯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름을 뽐내던 숲이 어느샌가 빨강, 주황, 노랑 등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자연은 녹색 위에 무지갯빛을 채색하는 마술사다. 짙어가는 단풍이 손짓하고 있다. 주말엔 불타는 단풍 숲, 가을빛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 하루 약 25㎞씩 남하

본격적인 단풍철이다. 산마다 자태를 가장 화려하게 뽐내기 시작했다. 이번 주부터 전국의 유명 산은 단풍 행락객으로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중 가장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가을 산을 보고 싶어하는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단풍은 설악산 대청봉과 오대산 정상에서부터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은 요즘 하루에 약 25㎞씩 남하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번 주부터 전국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다음 주부터 절정기를 맞을 전망이다.

설악산의 단풍은 화려하고, 내장산 단풍은 가장 풍성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설악산은 17일에 절정에 이르렀다. 한계령∼중청(7.8㎞, 5시간 소요), 백담사∼중청(12.3㎞, 7시간 30분 소요) 등의 탐방로가 단풍 감상 최적지로 손꼽힌다.

지리산 단풍은 핏빛이다. 특히 피아골과 뱀사골 단풍은 숲에 불을 지르듯 강렬하다. 조선시대 유학자 조식 선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주말(20일)부터 절정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피아골 직전마을∼피아골 삼거리(8㎞'3시간 30분 소요), 뱀사골∼화개재∼반야봉(12㎞'7시간 소요) 등 10여 곳에서 멋진 단풍을 감상하며 등산할 수 있다.

최고의 단풍을 자랑하는 내장산은 산행보다 단풍 관광코스로 더 인기다. 가을이면 설악산에 이어 가장 많은 단풍객이 찾는 곳이다. 내장산 단풍잎은 잎이 얇고 작아서 단풍이 잘 들며 빛깔이 곱고 아름다운 특징이 있다. 25일쯤이면 가장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내장산의 단풍은 주차장에서 내장사까지 들어가는 도로 주변의 단풍터널이 장관이다. 내장사 뒤 서래봉 부근의 단풍도 절경이다.

◆우리나라 단풍이 고운 이유

단풍은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 나뭇잎 색깔이 붉은색, 노란색, 갈색 등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원래 식물의 잎에는 엽록소와 함께 색소가 들어 있다. 여름엔 엽록소를 합성, 일정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잎이 푸른색을 띤다. 하지만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는 가을이 되면 잎으로 드나들던 영양분과 수분 공급이 중단되면서 엽록소 합성이 멈추게 된다. 단풍이 곱고 진하게 들려면 일교차가 크면서 충분한 햇빛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단풍 모습은 단연 최고다.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는 안토시아닌 생성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단풍을 보고 예쁘다고 감탄하는 것은 바로 사철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단풍 중 가장 절경인 금강산의 단풍은 '몰아(沒我)의 경지'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내장산 단풍은 왜 유명한가?

단풍이라고 다 같은 단풍이 아니다. 가을 절경으로 뽑히는 내장산 단풍은 붉기로 유명하다. 내장산은 원래 영은산이라 불렸으나 그 안에 감춰진(內藏)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내장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내장산은 매년 10월 말이 되면 불타는 단풍터널과 기암 절경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 총천연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모습은 우리나라 단풍 비경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데 손색이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을 보려고 내장산을 찾는 단풍 인파는 매년 평균 100만 명 이상이다. 내장산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단풍나무의 종류가 많다. 남쪽에 많이 자생하는 단풍나무와 북쪽에 많은 당단풍나무가 내장산에서는 모두 한 산자락에서 자란다. 또 단풍나무의 변종인 아기단풍과 당단풍, 고로쇠나무, 신나무 등 고운 빛깔을 내는 나무가 풍성하다. 내장산은 가히 모든 단풍나무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

내장산의 지형적인 요건도 큰 몫을 한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길다는 것도 아름다운 단풍을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내장산의 수목 중 95% 이상이 활엽수이기 때문에 빨강, 노랑, 주황 등 여러 색감의 조화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풍나무가 밀집해 있는데다 여러 단풍나무가 잘 어우러져 빚어내는 현란한 색채는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천혜의 지형을 가진 내장산에서 다양한 단풍나무들이 저마다 고운 가을 빛깔을 만들어 내니, 어찌 그 빛이 곱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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