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윤정(33) 씨는 3달 전 배운 벨리댄스에 빠져 산다. 평소 짠순이로 불리던 그가 지갑을 선뜻 연 것은 생활에 활력을 찾기 위해서다. 남편 수입이 준 탓에 씀씀이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역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생겨 집에만 있다가 지인의 권유로 춤을 배우면서 새 삶을 찾았어요."
#.직장인 이인형(33'여) 씨는 최근 공짜로 이용하던 사내 헬스클럽 대신 집 근처에 시설이 좋고 깔끔한 사설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월 이용료 12만원에 개인 트레이너 비용, 보충제 구입까지 총 35만원쯤 든다. 이 씨는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요즘같이 어려울 때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했다.
#."가을이 되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신천변에서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어요." 지난달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이형수(41) 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출'퇴근 전 아파트 주변 산책로를 두 바퀴씩 돌고 가끔 신천변으로 나가 조깅을 하면서 평소 앓던 호흡기 질환이 말끔히 사라졌다"며 "우리 아파트의 최대 장점은 신천과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이 어우러진 것이다"고 했다.
'힐링'(healing'치유)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힐링족'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아파트 분양 시장에까지 반영되고 있다.
◆아파트도 힐링을 입다.
아파트도 '힐링'을 입었다. 자연을 아파트 안으로 옮겨놓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이 살아 숨쉬는 힐링 아파트가 대세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와 브랜드가 좌우하던 아파트 몸값도 힐링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값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분양률이 90%를 넘은 대구 달서구 월배 아이파크. 중소형 실속 단지란 점과 함께 예술작품 못지않은 독특한 디자인과 자연 친화적인 조경이 잘 어우러져 인기를 끌었다.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가 벤 판 베르켈(Ben van Berkel)과 네덜란드의 조경 디자이너 로드베이크 발리옹(Lodewijk Baljon)이 참여했다.
벤 판 베르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그룹 UN스튜디오를 설립한 현대 건축의 거장으로 독일 벤츠 전시장, 압구정'천안 갤러리아 백화점 등을 건축했다. 그는 이번 '대구 월배 아이파크'에서 국내 섬유산업 중심이자 한국의 밀라노를 꿈꾸는 대구시의 특징을 녹여냈다.
분양사 관계자는 "차별화한 디자인은 단지의 가치와 더불어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 안에서 거주한다는 자부심까지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특히 조경 공간 곳곳에 이국적인 특화요소도 도입했다. 테마에 따라 조경과 시설물, 색채계획 등이 차별화된 '아일랜드'라는 신개념 조경을 적용, 동 사이사이에 패브릭 패턴의 포장, 대나무 진입로 등 이국적인 조경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 달 분양하는 '서한 이다음 월광 레이크스'는 호수를 모태로 삼고 있다. 이 사업장은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 입구에 있으며 공원 전망이 좋다. '서한 이다음 레이크뷰' 사업지는 상인동과 대곡지구로 이어지는 교통 요충지에다 천혜 환경을 자랑하고 있어 핵심 주거지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앞서 100% 실계약 신화를 쓴 경산 서한펜타힐즈와 높은 분양률을 보인 포스코 건설의 이시아폴리스도 단지 주변으로 호수공원이 있는 점 등 친환경적 요소가 소비자들을 잡았다는 평이다.
◆유통'레저도 힐링 대세
필수품 소비는 부진하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조사'에 따르면 필수품 소비는 크게 줄어든데 반해 전국 가계의 오락'문화 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6.8% 늘어 전체 소비 증가율 3.6%를 웃돌았다. 식료품, 관리비, 교통비, 교육비 증가율은 1~2%에 머물렀다. 해당 제품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를 감안할 때 식료품, 관리비, 교통비는 1년 전보다 각각 3.7%, 3.0%, 2.0%씩 줄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게임기 등 '오락문화 내구재' 소비가 142.2% 늘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악기, 취미용품, 화훼용품, 오락서비스, 문화서비스, 단체여행비 등 대부분의 오락'문화 분야 소비증가율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나타냈다.
헬스클럽과 댄스학원 등 건강 시장도 커지고 있다. 뉴욕브로드웨이 댄스학원 양귀자 원장은 "과거에는 몸매 관리를 위한 주부들의 수요층이 두터웠지만 요즘에는 스트레스를 춤으로 풀려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도 업계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부터 지난달 말까지 해외 여행을 다녀 온 사람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대구 호텔 객실 점유율 또한 70~80% 머물던 것이 올해는 90%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닥쳤던 3년 전과 달라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정점이던 2009년 1분기의 경우 오락'문화 소비가 1년 전보다 7.9% 감소했다. 이는 전체 소비 감소율 3.6%의 두 배 이상인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오락이나 여행경비 등을 줄이지만 올해는 이전과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장기불황 속에 소비자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는 지갑을 열고 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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