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조용경 안철수 캠프 국민소통자문단장

"정치판 바꿔야 나라의 미래…'안철수 큰 그림' 같이 그리자"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의 조용경(61) 국민소통자문단장은 강경파로 꼽힌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 문 후보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르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당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51% 의 지지율로 다시 이 나라를 끌고나가면서 반대세력을 박살내겠다'는 '분노의 정치'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안 후보의 생각이라고 믿고 있다. 조 단장은 "안 후보는 절반의 대통령이 아니라 100%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와 문 후보가 전격적으로 만나 후보 단일화 일정 등에 대해 합의를 하기 직전인 6일 오후 조 단장을 만났다. 그는 고(故) 박태준(TJ)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최측근이었다. 박 전 명예회장의 비서실 차장을 지냈고 박 전 명예회장이 정치권에 뛰어들었을 때는 포스코를 뛰쳐나와 보좌역으로 19년간 TJ 곁을 지킨 'TJ맨'이다. TJ 역시 한때 대권을 꿈꿨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안 후보 캠프 합류는 두 번째 대통령 만들기 시도라고 할 수도 있다.

안 후보는 포스코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지내면서 포스코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조 단장이 안 후보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이었다. "만나기 전만 해도 '벤처로 떼돈 번 부잣집 도련님'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면서 나라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더라. 굉장히 재미있고 신선하고 특이한 인물이었다. 당시 안 후보는 '우리 사회 이대로는 안된다. 이대로는 발전할 수 없다.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가 없다. 이런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안 후보와는 1년에 한두 차례 만나는 사이가 됐고 지난 8월 초 안 후보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출마를)결정하게 되면 도와주세요"라고 요청을 했다. 그는 "이 사람이 왜 나를…"이라고 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조 단장은 처음에는 "안철수라는 이름은 정치가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서 특히 청년들의 등불이다.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신중하게 하는 게 좋다며 말렸다. 그러나 안 후보가 "세상의 등불로는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젊은 청년들이 절망하면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가게 될지 모르겠다. 정치가 달라져야 하는데 정치권은 메아리조차 없다. 뜻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며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자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안 후보의 생각과 문 후보 측이 생각하는 가치가 다른데 후보 단일화가 필요한가?

▶사실 안 후보는 정치쇄신, 정치교체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젊은 세대가 지금과 같은 판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하는 데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정권교체, 권력교체를 해야겠다는 것밖에 없다. 지향점이 다르다. 근본적으로 (정치)판을 바꿔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민주당은 이것을 자꾸 같은 개념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권력을 잡는 데 협력해달라는 식이다. 어떤 면에서 MB정부는 중도보수에 서 있는 국민이 볼 때도 너무 소통하지 못하고, 일방통행적이고, 인사는 개판이고 경제도 엉망이고, 언론에 대해서도 독재시대를 뺨치는 일을 해왔다. 이런 정권은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주장도 맞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훨씬 더 멀리에 있다. '민주통합당, 너희들도 한 축이 아니냐'며 반성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캠프에 합류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안 후보의 대선 행보에 대한 평가와 소회는?

▶지난 10월 6일 (캠프에) 왔고 공식적으로는 13일 합류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때도 안 후보가 진심으로 사회의 변화, 어떤 면에서는 변혁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갖고 있었다. 본인이 실제 정치를 하는 데에는 회의를 갖고 있었는데 (캠프에 오기 전) 서너 차례 만나면서 굉장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잘 해나가고 있다고 보지만 문제는 우리 정치현실이나 정치활동 하는데 갖춰야 할 스킬이 부족하고 무소속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다 여러 가지 이유로 왜곡하고 폄하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서 아쉽다."

-앞에서 얘기했듯 안 후보의 생각은 새로운 정치, 정치혁신이다. 안 후보의 생각이 바뀐 것인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경제혁신과 사회혁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안 후보가 우리 국민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있다. 안 후보는 소통과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정치권은 제가 보기에 1970, 80년대에서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부터 선진국 문턱에 왔다고 하면서도 그 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권의 소통 부족 때문 아닌가. 그 벽을 깨뜨리는 것이 안 후보의 할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의 혁신을 이야기했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로 상징되는 이런 것들이 깨져야 한다. 민주당에서는 그런 세상의 변화와 안철수의 생각을 거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만 교체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고를 갖고는 세상의 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라고 명령하는 젊은 세대의 열망에 대해서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후보단일화가 두 세력 간의 화학적 단일화를 이끌지는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정말로 새로운 세상,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면 민주당이 과감하게 틀을 벗고 따라와야 하는 것 아니냐. 문 후보는 그런 대승적 결단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이다. 후보 단일화를 예로 들자면 민주당 논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이기는 선거를 위해 하자는 것 아니냐. 정권교체가 목적인 후보 단일화는 국민에게 아름답게 비치기 어렵다. 정권 교체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금 민주당은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

-안 후보 캠프 내에서 꼭 단일화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강경기류가 있다고 하는데

▶단일화가 중요한 상황변화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저 사과만 따면 금세 배부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정치공학적 술수와 권력 따먹기나 야합이 아닌 아름다운 모습을 창조해낼 수 있어야 한다. 창조는 버리고 비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 안 후보와 문 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와 같은 양보와 담판이 가능할 수도 있는가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안 후보도, 문 후보도 개인적 품성을 볼 때 과감한 자기희생을 할 수 있는 분들이다.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진짜로 졌다고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노무현-정몽준 식의 후보 단일화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그것에 대해 '그래 잘했어'하며 박수치고 환호하는 단일화라고 할 수 있는가 보면 쉽지 않다. 두 후보가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것을 안 후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국민의 명령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뀐다. 신뢰와 소통, 공감이 굉장히 중요하다. (조 단장은 주요 현안에 대해 안 후보와 실시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을 보여주면서) 지도자가 눈을 바로 뜨고 각 분야와 이렇게 소통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국민의 사고, 특히 행정공무원'정치인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안 후보는 그런 소통과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안 후보의 소통능력은 인정하지만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런 불안함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저 사람은 안 되겠다며 검증이 끝난 사람과 가능성이 있으면서 불안하다는 사람과의 대결 아닌가. 우리 국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공적과 청렴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 시대의 아픔은 굉장히 깊고 크다.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도 있다. 그쪽 후보는 과거 역사의 아바타 아닌가. 마찬가지로 노무현 시대 5년은 많은 희망을 가졌으면서도 절망과 배신감이 더 컸다. 정말 형편없었다. 그쪽도 아바타다. 그런 아바타와 미래희망으로 상징되는 안철수와의 싸움이다.

-후보단일화 성사 후 민주당 입당이나 신당 창당 등은 계획하고 있는가?

▶지극히 중요하고 어려운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제 머리로는 미리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민연대를 신당 창당 수순으로 인식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안 후보의 화법을 그대로 바라보자. 해석할 필요가 없다. 안 후보의 좋은 점과 단점은 매사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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