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에 '국립 아리랑박물관'을 짓자

헐버트 선교사 작곡 아리랑 유일하게 지명·악보 있어

고종의 특사 헐버트 선교사가 경복궁 중건 현장에서 부르던 아리랑을 듣고 곡을 쓴 문경새재아리랑 악보.
고종의 특사 헐버트 선교사가 경복궁 중건 현장에서 부르던 아리랑을 듣고 곡을 쓴 문경새재아리랑 악보.

문경새재가 아리랑 가사에 사용된 고개의 원형으로, 서양 악보로 작곡돼 처음 해외에 소개됐다는 점 등을 들어 문경시가 국립아리랑박물관을 문경에 유치하려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경시는 최근 사업비 1천200억원(국비 1천100억원, 지방비 100억원)을 투입해 문경읍 진안리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1만3천여㎡ 터에 아리랑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를 조만간 경상북도와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관련 학계는 아리랑 가사에 사용된 아리랑고개가 조선시대 500년간 한양과 영남을 잇는 가장 가까운 길인 문경새재로 추정하고 있다. 서양 악보로 작곡돼 최초로 해외에 소개된 근대아리랑의 원형이 문경새재아리랑이다.

김연갑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 최헌 부산대 국악학 교수, 이창식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김기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은 이 같은 근거로 문경을 국립아리랑박물관의 최적지로 꼽고 있다.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독립군아리랑, 연변아리랑 등은 지역과 역사에 따라 다양한 가사 및 음률로 전해지고 있지만 모두 악보가 없이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유일하게 지역 이름이 들어가고 악보가 있는 아리랑이 바로 문경새재아리랑이기 때문.

1898년 고종의 특사인 헐버트 선교사가 경복궁 중건 현장에서 부르던 아리랑을 듣고 작곡한 가사에는 'mun gyung sai chai park'이란 영문으로 지역명이 표시돼 있다.

김연갑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경복궁을 건립하기 위해 팔도에서 일꾼들이 서울에 동원돼 왔는데, 영남 사람들은 노역이 마치 '문경새재'(조령) 넘어가듯 힘들다는 의미로 '아령' 혹은 '아리랑'이라고 부르자, 타지역 사람들도 이에 따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의 각종 아리랑에 영향을 주어 진도아리랑에는 아예 '문경새재'란 말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문경시청 채성오 문화재담당은 "대구경북의 대표 아리랑인 문경새재아리랑이 최근 여섯 번의 문경새재아리랑축제와 학술대회 등을 통해 한국의 대표 아리랑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며 "아리랑박물관이 아리랑고개인 문경새재에 건립되면 전국의 다양한 아리랑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과 전수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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