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눔의 재미 안 해보면 몰라"…9년째 기부 송춘호 할머니

자녀 용돈·생활비 아껴 모금회 80만∼100만 성금, 세 자녀도 매달 기

매년 11월 말이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탁하는 송춘호 할머니는
매년 11월 말이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탁하는 송춘호 할머니는 "나눔은 정말로 재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나눔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안 해보면 모릅니다.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매년 11월 말이면 대구 중구 삼덕동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찾아오는 반가운 송춘호(75'여'대구 남구 대명동)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2004년부터 9년째 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성금을 건넨다. 송 할머니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바람도 쐴 겸 들른다"고 말했다.

송 할머니는 2004년부터 매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80만~100만원 정도의 돈을 기부한다. 송 할머니는 자녀들이 매달 주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100만원 이상 모이면 일부는 다니는 성당에 기부하거나 주변의 이웃들을 돕고, 대부분은 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용돈을 모아 기부를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아무리 추워도 함부로 보일러를 틀지 않고, 전기도 아껴 써 한 달 전기요금이 1만5천원도 되지 않는다. 송 할머니는 "나 자신이 좋은 물건만 쓰고 따뜻한 곳에만 있으려 한다면 남을 도울 수 없다"며 "비록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남을 도울 수 있다면 충분히 참을 수 있다"고 했다.

송 할머니가 기부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기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 덕분이다. 가톨릭 신자였던 남편은 30년 전 성당에서 소록도로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오면서 '앞으로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 이후 남편은 적은 금액이라도 자신보다 어렵게 사는 이웃이 있다면 기부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를 실천했고, 할머니 또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자원봉사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송 할머니는 "남편은 '돈을 벌어 자신한테만 쓰는 것은 하느님께 지는 빚이요, 남을 도와주는 데 쓰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라는 말을 인생의 신조로 삼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송 할머니와 남편의 가르침은 자녀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장녀는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 대구 남구청에서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두 아들은 기업체의 중견 간부로 일하면서 매달 20만~30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송 할머니는 "남편이 평소 자식들에게도 '성공해도 105㎡(32평) 이상 되는 집을 갖지 마라'고 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강조했고, 우리 부부가 평소 기부와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컸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교육이 됐던 것"이라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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