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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을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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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으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1983년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리가 만들어낸 말로 영원히 어린이로 남아 있으려는 심리를 일컫는 용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중소기업 105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곳 중 3곳이 중견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려고 분사, 상시 근로자 조정, 사업 부문 매각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추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축소 지향성'은 실제 규모별 기업 분포의 변화에서 실제로 확인된다. 1995~2009년 사이 중소기업은 19.9%나 늘었다. 반면 중견기업은 5.2% 증가에 그쳤고 대기업은 29.3%나 감소했다. 이런 현상의 주원인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일 때 받았던 금융, 세제, 인력 충원 등에 걸쳐 160개에 달하는 지원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때 매출이 4조 원을 넘었던 삼보컴퓨터가 최근 자진해서 중소기업이 된 것이나 사무용 가구 1위 업체인 퍼시스가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정부 발주 시장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 회사를 쪼갠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우리 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런 현상이다. 중소기업이 계속 중소기업으로 머문다면 우리 산업의 양적 질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물리 현상과 똑같이 경제도 양적 팽창이 있어야 질적 도약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이 지금처럼 피터팬 증후군에 갇혀 있다면 앞으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출현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뒷걸음질을 막으려면 우선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체제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중견기업은 국내 기업 수의 0.04%에 불과하지만 고용 인원은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일자리의 질도 대기업 못지않아 국내 고용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중견기업이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업원 250~4천999명의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분류해 정부가 보증과 수출 보험 지원을 해주는 프랑스는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스스로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의 지원 혜택에만 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경쟁력의 저하를 불러오고 이는 생존경쟁에서의 도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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