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리랑 연구'유대안 씨가 들려주는 '아리랑 이야기'

"1936년 음반 취입 대구아리랑 아시나요"

#기녀 최계란이 부른 것이 최초기록

#영천아리랑은 북한·연변서 인기곡

#"지자체, 아리랑 중복 마케팅 반대"

애국가만큼이나 친근한 '민족의 노래' 아리랑. 이달 6일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면서 세계 속의 아리랑이 됐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아리랑'에 대해 잘 모른다. 특히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아리랑은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실정.

아리랑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작곡가 겸 음악학자인 유대안(대신대학원 외래교수) 씨로부터 아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아리랑도 있다!

유대안 씨는 5년 전부터 아리랑에 대한 집중적 연구를 시작했다. 민요를 공부하던 중 자연히 관심이 아리랑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그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영남아리랑, 그중에서도 대구아리랑이다. 그는 잊힌 대구아리랑을 채보해서 음악화하고 합창곡과 관현악곡으로 만들기도 했다.

현재 남아있는 대구아리랑에 대한 최초 기록은 1936년 취입한 밀리온레코드사의 SP판. 대구근대역사관에 들어서면 맨 먼저 들려오는 노래인 '대구아리랑'은 당시 동래권번의 기녀 최계란이 노래한 곡으로 (사)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회장 정은하 씨와 사무총장 유대안 씨의 노력에 의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아리랑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유 씨는 "198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동구에서 대목장으로 일했던 최양환이 부른 대구아리랑의 음원과 사설이 실려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겐 없고 북한에 남아있는 영천아리랑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당시 회담장에는 낯선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리랑의 일종이지만 들어본 적이 없는 아리랑이었다. 북측의 답변은 "이 아리랑은 대구 인근 사과가 많이 나는 고장 영천의 영천아리랑"이라는 것이었다. 유 씨는 "후에 학자들이 찾아 나선 바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시절 영천과 청도 일대의 주민들이 대거 북간도로 이주하면서 그때 전해진 것이 영천아리랑이라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영천아리랑은 변형돼 독립군 군가로 불리기도 했고, 북한에서는 일종의 유행가처럼 흔히 불렸으며, 연변 조선족 자치구에서 역시 계속 불리고 있었다. 유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영천아리랑의 존재를 몰랐는데 이를 계기로 북한과 연변 등을 방문하며 흔적을 더듬어 영천아리랑에 대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쟁적 아리랑 마케팅은 오히려 독?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각 지자체는 발 빠르게 아리랑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리랑'과 조금이라도 연을 갖고 있는 고장들이 앞다투어 아리랑과 관련한 대규모 시설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어 중복투자 논란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문경시는 '국립 아리랑박물관' 건립에 1천2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고, 밀양군은 교동 밀양대공원 내에 290억원을 들여 '아리랑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정선군은 전시문화공연센터와 '국립아리랑연구원' 건립을 추진 중이어서 기능과 특성에 있어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심도 있는 연구 없이 '내 것'만 주장하고 있어 지역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유 씨는 "문경에서는 문경아리랑이 우리나라 아리랑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리랑 가사에 '문경새재'가 들어가는 진도 지역에서는 '진도아리랑 역시 문경아리랑의 아류냐'고 반발하며 가사 중 '문경새재'를 '문전(門前)새재'로 바꾸겠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아리랑 두고 한중 문화 전쟁?

사람들은 "중국이 아리랑을 국가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또 한 번 역사를 왜곡하려 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선족의 아리랑'을 중국 국가급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은 다름 아닌 조선족이었다. 젊은 조선족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면서 더 이상 정체성을 지키기 어려워진 조선족들이 아리랑을 비롯한 여러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게 됐다는 것. 유 씨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를 계기로 위기의식을 느낀 우리 정부가 지난 6월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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