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낙동강에서 얼음을 채취(채빙'採氷)해 소달구지로 옮겨(운빙'運氷) 동굴형 창고에 보관(장빙'藏氷)하는 '석빙고 장빙제'가 8일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암산유원지와 안동민속박물관 일원에서 재현된다. 채빙 재현 행사는 5일부터 암산유원지 일대에서 시작한다.
석빙고(石氷庫)는 선조들이 겨울철 강 얼음을 동굴형 창고에 저장해뒀다 여름철에 더위를 물리치는 데 사용하거나 겨울에 잡은 은어를 보관했다 여름에 임금에게 진상하기 위해 조성한 시설이다.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과 안동석빙고장빙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빙제(藏氷祭)는 ▷안동 남후면 암산리 미천 강바닥에서 얼음을 잘라 채취하는 '채빙' ▷소달구지와 어깨목도를 이용해 석빙고까지 옮기는 '운빙' ▷안동댐 인근 석빙고(보물 305호)에 채워 넣는 '장빙' 순으로 진행된다.
5일 오전 10시 남후면 암산유원지 행사장에서 부역꾼들이 얼음이 녹지 않고 무사히 강 얼음을 채빙하기를 바라는 기원제를 연다. 채빙행사는 풍물패의 흥겨운 길놀이와 함께 반달모양 전통 얼음톱으로 강얼음 자르기와 꼬챙이로 얼음 끌어올리기, 목도로 얼음 운반 등 방식으로 낮 12시까지 이어진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운빙을 한 뒤 안동시 상아동 안동댐민속촌 내 석빙고 옆 선성현 객사에서 추위와 북방의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지내는 제사인 '사한제'(司寒祭)를 연다.
조선시대 문헌에는 '음력 12월에 얼음을 떠서 빙고에 넣을 때 장빙제를 지냈고, 춘분에 빙고문을 열 때 개빙제(開氷祭)를 지냈는데 이를 모두 사한제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사한제를 지낸 장정들은 4명이 한 조가 돼 물푸레나무로 만든 목도로 평균 가로 150㎝, 세로 30㎝, 무게 80㎏의 얼음덩이를 석빙고로 날라 쌓는 채빙을 한다. 이들은 얼음덩이 사이사이에 왕겨와 짚을 깐 뒤 석빙고 안에 얼음을 차곡차곡 채운다. 얼음 사이에 놓인 왕겨는 보냉 역할을 한다.
조선시대 살을 에는 듯한 강바람을 막아줄 변변한 옷 한 벌이 없던 시절, 강촌마을 남정네들은 겨울철이 되면 이 빙고 부역을 피해 멀리 떠났다 봄이 되면 돌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을에는 아낙네들만 남아 '빙고 과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당시 예안현감(이매신)이 벌였던 장빙제는 강촌마을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부역이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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