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민간요법으로 화상을 입거나 벌에 쏘여 피부에 발진이 생겼을 때 된장을 발라 상처 난 부분에 바르기도 하였다. 신기하게도 며칠 지나면 상처가 아물어 덧나지 않고 치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근거는 문헌에도 기록돼 있다. 조선 시대 초엽 장류(醬類)의 의학적인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에 '장은 여러 가지 생선, 채소, 버섯의 중독을 풀고, 또한 여러 가지 약으로 생긴 열독이나 불에 덴 독을 없앤다''장은 오미(五味)를 가려서 오장을 편안하게 하는 까닭에 먹지 아니할 수 없고 두장(豆醬)은 오래된 것이 좋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명(明)대의 '본초학'에서 장의 효능에 대해 '열을 거두고 백약 및 열탕으로 인한 화독을 없애고 어육'채소'버섯 독을 죽이며, 뱀'벌레'개미 등을 다스리는 데는 장을 귀속에 넣어준다'고 했다.
한편, 조선시대 시류(장류의 일종, 오늘날 청국장과 같음)의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에는 '시류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짜고 달고 독이 없다'고 나와있다. 상한(傷寒'감기, 급성열병)을 다스리고 두통을 다스리며 한열(寒熱'한기와 열기가 번갈아 일어나는 병)과 창기(瘡氣'열대 풍토병, 부스럼의 일종)를 다스린다는 것. 이와 함께 발한(發汗'땀을 내는 것)에 쓰고 통관절(通關節'관절을 부드럽게 함), 약의 중독, 고기의 독을 다스리며 학질(말라리아)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또한 '육축태내 새끼의 여러 독을 가시게 하며 파의 흰 뿌리와 함께 먹으면 땀을 내는데 가장 빠르다'고 하였다. 이처럼 청국장 계열의 시류도 장 못지않게 한방(韓方)계열의 치료에 이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류는 생활문화와 익숙한 인연을 맺고 있다. 조선시대 '사시찬요초'(四時纂要抄)에 최초로 장류의 시기별 담금 행사인 조장행사 기록이 있다. 장류에 관련된 말은 장(醬), 포장(泡醬), 즙저(汁菹) 등으로 불렸다.
월별 행사는 1월 조장, 2월 합장'침장'포장, 9월 즙저, 10월 조장이라 했으니 10월부터 다음해 1월 사이는 장을 담그는 원료인 메주를 만들어 발효하는 기간으로 장을 담그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2월에 침장하였으니 장을 담그는 달은 실제로 2월이었다. 또한, 장을 담그는 2월에 합장 행사가 동시에 이루어져 더덕, 도라지 따위를 장 밑에 합장하여 포장을 만드는 달이었다. 9월부터의 즙저는 거둬들인 채소류로 즙장을 담그는 것을 말한다. 장과 밀기울, 채소류(가지'오이 등)를 같은 비율로 넣어 침장하여 반찬용 침채류(염장 채소'장아찌류)를 만드는 달이었다. 조장 행사는 길일을 택해 장을 담가 왔다.
장 담그는 길일은 정묘 일이 가장 좋은 길일이고 신(辛)자를 가진 날은 장맛이 좋지 않아 피하였다. 이러한 관행으로 보아 조장 월령과 조장 길일이 장맛에 영향을 준다는 확신과 음식의 바탕이 되는 장맛을 좋게 하려는 노력을 신앙처럼 지켜왔다. 조장행사가 국가적 행사에 따를 만큼 중요한 행사인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식생활의 패턴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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