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기 드문 함박눈이 나의 상담뜨락에 소담스럽게 내린 날이었다. 하늘에서 곱게 내리는 백설의 눈꽃들은 마치, 결혼의식처럼 경건하기만 했는데, 어느 중년부부 한 쌍이 이 고요한 시공간을 가르며 상담뜨락에 들어섰다.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배우자와의 성격 차이라는 명분으로 부부갈등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 부부 역시, 비통한 심정으로 "우리는 각자의 성격과 행동에 끌려서 결혼했는데… 지금은 그것들 때문에 갈등하고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며 말문을 열었다.
결혼이란 두 사람의 결합에서 더 나아가 두 가문의 결합이라 하는 편이 더 나을 듯싶다. 이는 결혼생활에서 부부만의 생각으로 살기보단 은연중 원 가족의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가 다른 관점으로, 각자 다르게 만들어진 성격의 구조로 부부가 상호작용한다. 부부 뒤에서 보이지 않는 두 가문의 가치와 문화가 날마다 만나니 얼마나 사는 것이 복잡다단할까.
19세기 초 시대적 철학을 이끌었던 자연철학운동의 관점을 빌려 은유해 보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진 부부 심리내적 에너지들은 끊임없이 결혼생활에서 활성화되고 소멸하면서 상호 충돌을 하게 될 것이다. 부부가 가진 두 문화가 서로 충돌을 통해서 서로 형태를 바꾸고, 바뀐 형태들은 소멸하거나 다시 충돌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부부 간 갈등'은 없애기보다는 '잘 다투어 가는 방법'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행복한 결혼은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과정이지 잘 포장되어 배달되는 선물이 아닌 것일 게다'.
결혼생활은 다투지 않고 평탄하게 가야만 하는 것만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충돌을 하되, 사랑할 수 있는 멋진 충돌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투되, 서로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지를 가르쳐 주면서 싸우는 것이 바로 멋진 충돌법이 아닐까.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