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공약에 대한 관심이 많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창조경제론을 내세웠다. 창조경제론은 양적 성장을 지향하기보다 고용률 증가 등 실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모델로서, 무엇보다 기존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당선인이 제시했던 창조경제론의 사례를 보자. 첫째, '국민 행복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뉴딜 정책. 둘째, '브레인웨어'를 비롯한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셋째, 창업 코리아 구현을 위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그러면 창조경제론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추격형 혹은 모방형으로 채택된 정부 주도의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 요소들의 유기적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사실 창조경제를 향한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호주 정부는 21세기 전략으로 창조 산업을 채택하여 1994년에 '창조 국가'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이후 영국도 1998년에 '창조 산업의 지도화'를 추진하였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창조 산업을 국가의 경제 재건 정책의 핵심으로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오바마의 창조 산업 부흥책 가운데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트리플헬릭스는 마치 DNA의 이중나선 형태처럼 대학, 기업, 정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삼중나선의 모양으로 긴밀하게 지식 기반 창조경제를 추동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1980년 베이돌법(Bayh-Dole Act)을 제정하여 대학에서 생산된 특허를 상업적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대학이 선도'창의형 경제의 주체로 등장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한다. 2004년 브라질에서는 대학이 기업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생기는 이중적 정체성, 인력과 시설이 중복되는 어려움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혁신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의 핵심은 대학의 랩(Lab)과 스타트-업 회사들이 하나의 기구로 공존하도록 허용한 데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 오바마 정부는 대학 내부의 벤처'중소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창조경제의 동력을 찾고자 했다. 미국 행정기관은 대학교수, 연구원, 학생이 창업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유연히 대응하고 있다. 나아가 오마바 대통령은 대학이 지닌 기초 연구 성과의 확산 속도를 높이고자 경험 많은 대학들이 그들의 기술 상용화 기법을 테드(TED)와 웹 세미나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유하도록 후원하고 있다. 한편 핀란드는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던 '노키아'의 부진을 트리플헬릭스를 통해 풀어 가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노키아의 고급 기술 인력이 핀란드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역 대학 구성원의 활발한 창업을 유도함으로써 디지털 국부를 재창출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트리플 네트워킹 효과를 높여 창조경제의 부흥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국제트리플헬릭스학회장인 에트코위츠(H. Etzkowitz) 교수는, 지금 세계 경제는 제2의 세계 대공황이라고 할 만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에서 트리플헬릭스 효과가 풍부하게 발생하는 국가만이 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트리플헬릭스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산'학'관 협동이라는 '강제된' 틀 안에서만 접근해 왔다. 정부 주도에 의한 대학-기업의 관계 맺기에 몰두했다. 이러한 '체인형'(chain) 모델은 창조경제와는 배치되는 양적 성장주의 모델이다. 마치 정부가 산'학이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조이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까. 이것은 진정한 트리플헬릭스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는 창조경제가 목표로 삼은 개방과 공유 그리고 국민 행복의 선순환 과정을 일으키기 힘들다. 상상력에 엔진을 달고서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어렵다. 창조경제론, 이상은 좋지만 실현을 위한 로드맵은 아직 불투명하다. 창조 산업을 통하여 1과 1을 합하였을 때 2가 아니라 11의 가치를 만드는 것도 어렵다. 트리플헬릭스 효과를 일으키는 데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아시아트리플헬릭스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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